#155. 흰옷
흰옷
카리브해에서도 흰 꽃이 피었다. 목화를 아랍 사람들은 알코돈al-qoton이라고 불렀고 스페인 사람들도 아랍 사람들의 말을 따라 알고돈algodón이라 했다. 스페인 사람들이 쿠바에 왔을 때 다이노들은 훨씬 전부터 흰옷을 만들어 입고 살았다. 콜럼버스는 4차 항해 때 온두라스에서 만난 원주민이 카리브에서 만난 원주민보다 더 많은 흰옷을 입고 산다고 기록했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목화 유물은 파키스탄에서 나왔고 그 추정연대는 기원전 5,500년경. 그런데 놀랍게도 같은 시기인 기원전 5,500년경에 사용된 목화 유물이 멕시코 태화칸Tehuacán에서도 발견되었다. 어디가 가장 먼저 목화를 타서 실을 짜고 그 실로 흰 면 옷을 만들어 입었을까. 파키스탄과 멕시코 사이에는 동북아시아가 있다. 동북아시아에서는 청동기 고조선 시대 사용된 물레가 발굴되었다. 중국은 그보다 한참 뒤, 예수가 태어날 무렵의 한나라 때 처음으로 목화 재배가 시작되었다. 그것도 윈난성 같은 남부에서 처음 목화를 키웠다. 이집트도 기원후부터 목화를 재배했다. 목화의 이동을 밝힐 수 있다면 인류 이동의 역사, 인류 문명의 역사를 다시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목화의 학명은 고시피어Gossypieae, 속명은 고시피움 gossypium. 목화를 꽃이라고 부른 민족이 그 시절 세계를 무대로 활약한 민족이었을 것이다.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카리브해에도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