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 아가배
아가배
용설란이라는 식물은 잎끝이 뾰족하고 강해서 다루기가 무척 위험하고 힘들다. 그래서 다이노들은 마귀maguey라고 불렀다. 용설란을 자르다 손발이 잘리고, 눈을 찔린 노예들이 숱했다. 그것을 다루기가 얼마나 힘들었던지 흑인 노예도 중국인 노예도 모두 손을 들었고, 친일파들이 나라와 민족을 일본의 노예로 팔아넘길 때 조선에서 팔려 간 조선인 1,200여 명만이 용설란을 다루어냈다고 한다. 용의 혀를 닮은 두렵고 날카로운 마귀 같은 가지들을 다 쳐내고 나면 불룩하여 둥근 몸통같은 줄기가 남는다. 이것을 다이노들은 아가배agave라고 불렀다. 아가배를 찌고 발효하여 술을 만들어 마셨다. 테킬라다. 마귀를 잘라 말려 질긴 끈을 만들어 새끼를 꼬았다. 새끼줄로 밧줄을 만들고, 지붕을 이고, 고기잡이 그물을 만들었다.
안오나
다이노들은 집 문 옆에 파인애플을 심었다. 파인애플은 수분이 많다. 손님이 오면 문을 열어 파인애플을 대접했다. 다이노의 파인애플이 목마른 손님을 기다렸다. 다이노들은 그것을 안오나anona라고 한다고 스페인 사람들은 기록했다. 스페인 사람들이 안오나를 유럽에 가져갔다. 스페인에서는 안오나가 아나나ananás로 바뀌었다. 유럽에서도 손님에게 안오나를 대접하는 문화가 퍼졌다. 유럽인에게 안오나를 내놓아 손님을 대접한다는 것은 곧 아메리카에 식민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상징이었다. 안오나는 식민지에서 차지한 부와 권세를 상징했다. 안오나와 아나나는 같은 열매지만 그 속에 담긴 사람 마음의 씨가 다르니 쓰임도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