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 아기오테
꼬아
그들은 농사지을 때 주로 석기를 썼다. 농사에 쓰는 긴 나무 괭이가 있었는데 이것을 꼬아coa라고 했다. 작대기에서 뾰족 튀어나온 가지에 발을 대고 아래로 밟으면 막대기 끝이 땅을 파 구멍을 낸다. 그 구멍에 유가, 감자, 고구마, 땅콩, 씨앗을 심었다. 땅을 파기 위해 허리를 숙이지 않아도 되므로 농업 생산성이 높았다. 쿠바와 카리브해, 멕시코, 잉카 농부들은 지금도 그런 도구를 사용하고, 그것을 꼬아라고 부른다. 오늘날 쿠바의 농민들은 여전히 씨를 뿌리기 전 땅을 파기 위해 다이노의 굴착용 막대기인 꼬아coa를 사용하고 있다. 현대에도 페루 같은 안데스 고지대에서도 꼬아를 사용해 농사짓고 있다.
아기오테
페루 북쪽과 콜롬비아 일대에 우리Uari 또는 와리Wari라는 제국이 있었다. 기원후 600년경에 시작하여 1,100년까지 500년간 지속된 왕조이다. 그들 말로 ‘우리Uari’는 ‘우리we, 사람들people’이란 뜻이다. 그곳에서 서쪽 아마존까지 지금도 ‘우리’가 살고 있다. ‘우리’들이 사는 지역 이름 중에는 고려Couri와 신라Silla라는 곳도 있다. 아마존 동쪽에는 코리아보Koriabo라는 부족이 살고 있다. 이들 ‘우리’ 사람들과 ‘코리아보’ 사람들은 몸과 얼굴을 붉게 칠한다. 햇빛을 차단하고, 모기에게 물리는 것을 막고,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 붉은 염료를 바른다. 이들에게 붉은색은 태양의 색이다. 붉은색은 악귀와 질병을 막아주는 색이었다. 콜럼버스도 항해일지에 다이노들의 특징을 묘사하면서 “그들은 얼굴과 온몸에 알록달록 여러 색 물감을 칠했다”라고 썼다. 라스 카사스는 “그들은 벌레를 막기 위해 몸을 붉게 칠했다”라고 적었다. 콜럼버스와 라스 카사스가 활동한 곳은 카리브해 지역이다. 안데스산맥의 페루에서도 카리브 지역과 같은 문화가 있었다. 몸에 바르는 붉은 염료를 비자bija 또는 안에도annatto라고 했다. 비자 꼬투리를 까보면 안에도 빨갛다. 비자 씨앗을 빻아 물에 풀어 아이들의 옷을 붉게 물들여주기도 했다. 그 염료를 아기오테achiote라고도 한다. 다이노들은 비자 깍지 씨앗을 빻아 붉은색을 얻어 시집가는 날 연지로 발랐다. 스페인이 카리브해에 이어 멕시코를 정복한 16세기 이후 비자 화장술이 아스텍과 잉카 지역으로 퍼졌다. 비자나무는 지금 현대 화장품 회사들이 가장 대량으로 키우는 식물이다. 안에도도 씨앗에서 붉은색 화장품 원료를 얻고자 키운다. 립스틱으로 유명한 화장품 회사 겔랑이 가장 먼저 이 원료를 립스틱에 썼다. 그래서 비자나무 또는 아기오테를 립스틱 나무라고 부른다. 콜럼버스가 카리브를 침략한 뒤 다이노와 흑인을 노예로 삼으면서 백인들은 인종차별의 의도로 얼굴을 더 희게 보이려고 화장했다. 흰 피부가 우월하다는 인식이 그때부터 퍼졌다. 흰 피부를 만들기 위해 입술에 수은을 발랐다. 수은에 중독되면 얼굴이 창백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잇꽃
다이노들은 치료제와 제례용으로도 식물을 키웠다. 특히 최고위 보이게인 과야오나Guahayona는 세 가지 식물을 중시했다. 그중에서도 첫째는 다이노들이 “이Y”라 부르는 꽃이었다. 라스 카사스도 오비에도도 잇꽃에 대해 기록했다. 잇꽃을 물에 담그면 끈끈한 수액이 나와 거품이 이는데 보이게는 제례를 시작하기 전에 잇꽃 담근 물에 목욕재계했다고 기록했다. 이 붉은 꽃을 제례와 장례 때 사용했고, 코해바 하기 전 몸을 정하게 하는 의식인 7일간의 금식에도 썼다. 잇꽃은 피부병을 치료하는데도 효험이 좋았다. 현대 약학에서 잇꽃을 피부병 치료제로 쓴다. 쿠바 사람들은 지금도 잇꽃으로 몸을 씻는다. 잇꽃은 비자처럼 붉은색을 내는 염료이기도 했다. 고조선 고분에서 붉게 염색한 천이 출토되었다. 염료는 잇꽃 추출물이었다. 신라는 홍색을 염색하는 전문 기관을 운영했다. 조선시대에는 서민들도 잇꽃을 밭에 재배해 염색하고 여러 질병의 치료제로 썼다. 다이노의 잇꽃과 한반도의 잇꽃은 식물학적으로 다른 식물이다. 그러나 용도는 같다. 이름도 같다. 다이노도 한반도에서도 잇꽃에서 붉은색을 얻어내 연지로 만들어 발랐다.
+ '꼬아'는 농기구만을 가리키는 다이노 말이 아니라, '둥글게 꼬아 만든' 도구를 뜻하는 형용사였다.
아즈텍 다이노들은 왕의 장식구도 '꼬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