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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이노

6. 다이노

#160. 바로배꼬아

by 조이진

바로배꾸아

바로꾸다barracuda는 카리브해와 대서양 일대에서 많이 잡히는 포식성의 큰 물고기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에서 작은 니모를 공격하는 무서운 물고기로 출연했다. 카리브 바다에서 흔하게 잡히는 이 물고기는 다이노들에서 귀중한 동물단백질 공급원이 되었다. 이 물고기에 있는 독을 제거하기 위해서 양념을 발라 숯불에 낮은 온도로 오래 구웠다. 그러면 독성도 제거되고, 육질도 부드러워졌다. 또 숯불 연기가 고기에 배어 맛과 향이 좋았다고 스페인 사람이 기록했다. 콜럼버스와 스페인 침략자들이 보기에 다이노들은 물고기를 잡자마자 곧바로 불을 지피고 1m 정도 높이로 막대기를 양쪽에 세우고 그 사이로 꼬챙이에 꿴 물고기를 숯불에 바로 구워 먹었다. 생선을 굽기 위해 세운 막대기를 다이노들은 부어칸bucan이라고 했다.

images (47).jpeg 바로꾸다. 다이노들은 양념을 발라 숯불에 낮은 온도로 오래 구워 먹었다.

1492년 쿠바에 발을 디딘 스페인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고기 먹는 방법을 처음 보았고, “불과 연기를 일으켜 밤새 고기를 감싸 고기 맛에 특별한 향미를 더해주었다”라고 기록했다. 유럽인들이 숯불구이 요리를 처음 맛본 순간이었다. 다이노들은 이렇게 불에 바로 구워 요리해 먹는 일을 ‘바로꾸다’라고 말했고, 스페인 사람들은 그 말을 이 물고기 이름으로 알아 바로꾸다라고 불렀다. 다이노들은 물고기를 잡자마자 바로 꼬챙이로 배를 꿰어 굽는 일을 ‘바로배꼬아barbecoa’라고 했고, 스페인 사람들은 스페인식 말투로 ‘바르베께barbeque’로 바꿔 말했다. 콜럼버스가 오랜 항해 끝에 처음 발견한 과나하니 섬에서 본 꺼질 듯 흔들리는 밀랍 초 같은 불빛은 부어칸에서 바로배꼬아를 요리하는 숯불이 내는 불빛이었을 것이다. 고기를 직접 숯불에 바로 구워 먹는 조리법은 중남미 여러 곳에서도 같았다. 북아메리카에서도 미시시피강을 따라 광범위하게 형성된 인디언 공동체에서도 이런 조리법 갖고 있었다. 불에 바로 구워 먹는 요리의 맛을 알게 된 유럽인들도 17세기부터 이렇게 먹는 요리법을 이용했다.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스페인 사람들이 돼지를 통으로 꼬챙이에 꿰어 양념을 발라 불에 바로 굽기 시작했다.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남의 말이었으므로 복잡한 말을 줄여 ‘바르베께barbeque’를 BBQ라 줄여 썼고, 미국에서는 꼬챙이에 꿰어 불에 구운 통돼지구이를 바비큐 barbecue라 부른다.

los-instrumentos-tainos.jpg 다이노들이 부어칸에서 숯을 사용해 연기로 고기를 구워 바로꾸다를 요리하고 있다. 다이노들은 물고기를 잡은 즉시 꼬챙이로 바로꾸다의 배를 꿴 요리를 바로배꾸아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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