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5. 대화
대포
“날이 늦어 그가 돌아가려 할 때 의전을 정중히 하여 보트에 태워 갯가에 보내주었습니다. 그리고 수십 발의 롬바르드 대포알을 뒤에다 쏘아대라고 명령했습니다. 그가 바닷가에 도착했을 때 그는 가마에 올라탔고, 200여 명의 부하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그의 아들은 덩치 큰 자의 어깨에 목말을 타고 떠났습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인물에게 해주는 의전인 듯 보였습니다.” 콜럼버스는 다이노 가시관에 한껏 예를 갖춰 의전을 하는 척하면서 뒤통수에다 대고 수십 발의 대포를 쏘아댔다. 당시 유럽에서 롬바르드 대포는 대량 살상 능력의 선진 무기이자 공성전에서 성을 깨부술 때 발사하는 파괴력 강한 함포였다. 십자군 전쟁이 만들어낸 무기다. 아바나 모로 항에 가면 볼 수 있다. 산티아고 데 쿠바 성에 설치된 롬바르드 대포는 그 성을 난공불락의 성으로 만들었다. 콜럼버스는 이 무기를 배에 싣고 다녔다. 호의를 보이고 떠난 가시관 일행의 뒤통수에 대고 그것을 수십 발씩이나 쏘아댄 것이다. 활과 살, 죽창과 몽둥이가 무기였던 다이노들은 그 소리에 혼비백산했다. 저승사자를 만나 잘 대접하고, 가시관을 상징하는 어깨띠까지 바치고 돌아가는 길에 들리는 엄청난 우레와 같은 굉음. 대포알이 떨어진 바닷물은 용솟음했다. 그것은 염라대왕이 분노하여 천벌을 내리는 소리이자 곧 닥쳐올 무서운 재앙의 시작을 알리는 우렛소리였다. 그들의 신 가운데는 천둥 벼락을 관장하는 왕 우레칸Huracán이 있었다. 대포 터지는 소리는 우레의 왕이 벼락을 치며 내리는 우렛소리였다. 가시관 일행은 얼마나 두려워 쩔쩔맸을까. 다이노들의 두려움은 현실이 되었다. 이제 곧 다이노들은 기독교인들에 의한 인종학살이라는 날벼락을 맞게 될 터였다. 먼 훗날 다이노의 신 우레칸을 미국인들이 허리케인Hurricane이라고 불렀다.
도자
1492년 12월 23일. 콜럼버스가 답방 사절단을 가시관에 보냈다. 가시관이 사절단을 자신의 가내로 초대하고 음식을 내오게 했다. 모든 원주민이 면이며 큰 실꾸리 같은 것들을 수도 없이 가져다 바쳤다. 가시관은 세 마리의 통통한 오리요리와 함께 황금 덩이를 내놓았다. 답방이 끝나고 스페인 선원들이 돌아올 때 “원주민들이 카누를 타고 콜럼버스의 배까지 환송했다. 함께 온 카누가 120대가 넘었다. 모두 사람이 가득 타고 있었다. 빵과 생선 요리 같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진흙으로 만든 물병에 물도 담아왔는데 정말 아주 멋진 생김으로 잘 만들었고 바깥은 산화철로 칠했다. 그리고 아히ají라고 하는 향신료도 가져왔다. 이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은 구리로 만든 방울과 이슬람풍의 유리구슬이다.” 다이노들이 산화철을 이용해서 ‘진흙으로 빚은 물병’을 만들었다고 콜럼버스는 기록했다. 은회색인 철은 산소와 만나면 붉은빛으로 변한다. 그런 것처럼 복잡한 화학성분과 반응하면 푸른 기가 도는 옥빛으로도 변한다. 다이노들은 철이 가마 속에서 불꽃을 만나 공기 중 기체의 성분과 밀도, 열의 온도 등과 반응하여 복잡한 화학반응을 한다는 원리를 알고 활용했었다는 뜻이다. 콜럼버스는 산화철로 칠했다는 것을 어떻게 한눈에 알았을까.
아히ají는 고추를 부르는 다이노 말이다. 콜럼버스는 아히를 향신료라고 분류했다. 고추는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다. 그곳의 고추는 작아서 어린아이의 고추처럼 생겼다. 스페인어에서 ‘j’는 ‘ㅈ’가 아닌 ‘히, 이’로 발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