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콜럼버스

5. 콜럼버스

#091. 쇠

by 조이진

또 다른 바닷가에 닿았다. 55명의 원주민이 나무 뒤에 숨어서 콜럼버스 일행을 살폈다. 그들도 모두 벌거벗었고, 긴 머리를 뒤로 땋아 묶었다. 콜럼버스는 문득 카스티야 북쪽 피레네산맥의 바스크가 떠올랐다. 바스크 여자들도 이들처럼 머리를 묶었다. 원주민들은 앵무새를 비롯한 여러 새의 깃털로 화려하게 만든 뭉치로 만들어 뒷머리에 장식했다. 이들은 모두 나무 활과 살로 무장하고 있었다. 기독교인들이 뭍에 내렸다. 배에 태워 온 다이노 한 명이 이곳 원주민들에게 활과 부뚜라는 나무 몽둥이를 내려놓게 했다. 여기서도 어떤 종류의 철도 볼 수 없었다. 기독교인들이 물건을 교환하려 했다. 하지만 원주민들은 활을 두 개 이상은 팔려하지 않았다. 이들은 농사보다는 수렵과 사냥으로 사는 집단이었으므로 활을 중하게 여겼다. 1.5m 넘는 긴 대나무 화살을 썼다. 화살은 두껍고 곧았다. 활의 크기로 보았을 때 이들은 틀림없이 활을 아주 잘 다루는 자들일 것이라 콜럼버스는 추측했다. 그들은 화살 끝을 불에 구워서 날카롭고 딱딱하며 뾰족하게 다듬었다. 화살촉에는 큰 물고기의 뼈나 이빨을 꽂았고, 독에 담가둬 치명성을 높였다. 그들이 갑자기 스페인 선원 두 명을 포로로 잡아가려는 듯 행동했다. 내려놓았던 무기들을 집어 들더니 밧줄로 스페인 선원의 손을 묶으려 했다. 뭍에 내려있던 7명의 기독교인과 싸움이 붙었다. 기독교인들의 무기가 이겼다. 쇠로 만든 칼이 나무 몽둥이를 든 자의 허벅지를 찔렀고, 화살 든 자의 가슴팍을 쇠로 된 창이 깊이 파고들었다. 기독교인들의 무기에 놀란 원주민들이 애지중지하던 활과 살을 모두 내던지고 놀라 내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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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충돌이었다. 쇠를 가진 소수와 쇠를 갖지 못한 다수 간 승부의 결과는 극명했다. 쇠를 갖지 못한 55명이 쇠를 가진 7명에게 완패했다. 카리브해뿐 아니라 멕시코와 페루, 미국 등 모든 아메리카 땅에서 앞으로 전개될 유럽인과의 충돌의 결말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예외는 없었다. 콜럼버스는 이 충돌이 그리 기분 나쁘지만은 않았다. 이들이 다이노들이 그렇게 무서워하고 이를 갈았던 가리배족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분명 대담하고 용맹한 자들이었다. 용모도 무기도 호전적 자세도 그런 면을 잘 보여주었다. 콜럼버스는 생각했다. 그들은 55명이 7명에 패한 전투의 양상을 뼛속 깊이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충격적인 전투 경험은 이웃의 원주민들에게 빠르게 전해질 터였다. 그러므로 나비다드에 남겨진 기독교도들을 더 경외할 것이고, 그럴수록 기독교인의 식민지 지배력이 높아질 것이다. 누구도 감히 스페인 선원들에게 대항하려 들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콜럼버스는 카리브에서 6개의 섬을 방문하고 카스티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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