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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Feb 23. 2017

'라라랜드' 사랑이 현실이 되면

"용기인지 광기인지 시간이 정해주겠지"


영화의 강렬한 오프닝 속 무명배우의 대사다. 그래 맞다. 지금 가고픈 길이 있고 마음의 소리가 시켜 무작정 따라가는 그 길의 끝을 알 수 없고 두려워도 걷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늘 그렇다. 그 선택의 옳고 그름을 알고 싶기도 하지만 몰라도 된다. 그건 시간이 말해줄 테다. 묵묵히 걷다 보면 알게 되는 일들이 있고 얼마간의 단위 시간을 돌아보면 그땐 그런 거였구나 하고 생각하게 될 순간들이 있다. 때론 떠나기 싫어도 떠나야 하고 너무 사랑해서 계속 함께하고 싶어도 자리를 박차고 나와야 할 순간이 있다. 관계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당신을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다.


그 순간을 돌아보며 달라졌을지 모를 미래를 가정할 필요도 없다. 새삼. 이미 이별하는 그 순간 그 사람과 그렸던 모든 미래를 포기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포기라고 말해야 할까. 그냥 그 선택을 하지 않은 것뿐이다. 흘러가는 대로, 원하는 것을 그저 따라가다 보니 다 가질 수 없었을 뿐이다. 다 가질 순 없다. 이런 없어 보이는 표현밖에 없을까. 그냥, 그렇게 된 것뿐이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연히 만나 우연히 반했듯 우연히 헤어지고 우연히 다른 사람을 만나고 그게 평생의 운명이라고 우연히 착각할 환경에 내가 놓인 것뿐이다.


세상엔 사랑노래도 이별노래도 많다. 그토록 원하는 그 사람을 가졌는데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걸 무의식 중에라도 깨달아버린 순간 우리는 좌절한다. 그리고 고민한다. 포털 사이트에 끝이 보이는 연애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 따위의 것을 올린다. 그렇게 고민한다. 한없이 빛나던 사람이었는데 함께하면 할수록 내 현실을 공유할수록 서로가 서로를 완전히 품지 못하는 순간들이 늘어난다. 아무리 생각이 같아보였고 말이 통하는 것 같았던 불꽃 튀는 시간들이 강렬했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그 순간들만을 곱씹으며 이 사람의 가치를 내게 설득하려 한다. 하지만 그뿐이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사귀었고 이별했고, 꿈이 생겼고 꿈을 이뤘고, 혹은 유사한 일을 했고, 실망했고 그 후 어떻게 했고. 매일 힘들어서 고군분투하더라도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있고 벌어질 일도 벌어진다는 걸 우리는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거짓 러브스토리보다 라라랜드가 가슴에 콕콕 박히는 이유다.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던 건 그 여운에 심취해서가 아니다. 현실로 돌아올 시간이 필요해서도 아니다. 오랜만에 속이 통하는 친구와 깊은 얘기를 쏟고 듣고 그 사람의 인간미에 반하고 계속 함께 대화 나누고픈 그런 기분 덕이었다. 그래서 더 길게 얘기해서,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될까? 나는 어떻게 될까? 따위의 것들을 함께 더 얘기하고 싶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몇 번이고 가서 다시 보며 답을 구하고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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