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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Aug 24. 2018

하루하루가 두려워진 이유는

외교관, 영화감독, 기자.


꿈은 크게 이렇게 바뀌었다. 대학생 때부턴 기자를 본격 꿈꿨으니 이제 꿈꾼지로는 6년차가 된 것 같다. 일한 지는 내년이면 4년차가 된다. 별의별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가장 나를 아프게 하는 건 이런 거다. 여기도 사람 사는 동네라는 것. 어쩌면 다른 업종보다 더 서로에게 잔인하다는 것. 그걸 너무나 뼈저리게 알아버렸기 때문에 기대치 없이 살려고 굉장히 노력 중이다. 예컨대, 툴툴대는 선배에겐 실망하지 않고 자학하는 선배의 말은 흘려 듣는다. 우리가 속한 집단을 깎아내리면서 이상한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선배에게도 그렇다. 모든 것에 기대하지 않고 실망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근래의 내가 다시 힘들어진 이유를 생각해보니, 이 공간을 찾는 빈도를 줄였기 때문은 아닐까 했다. 일기를 쓰는 일을 게을리 하니 다시 생각을 강제로라도 정리할 시간을 잃었던 것은 아닐까 추측한다. 처음엔 휴가 후유증이려니 했는데 그런 건 아니더라. 일상의 실망을 덜어낼 공간, 내가 내게 다시 기대하지 말라고 도닥일 공간이 필요했다. 사람들은 선의를 대부분 모르며, 선의를 알아챌 사람을 찾았을 땐 너무나 기뻐했으며, 그러나 또 너무 기뻐하지 않으려고 자중했다. 일상에서 만나는 시시콜콜한 실망거리들에 신경쓰기에는 나의 시간이 너무나 아깝다.


이 일을 하면서 만나는 이들 중엔 좋은 기회를 적극 활용하려는 이가 있고, 강제로 밥 떠먹여주듯 기회를 만들어 이상하게 키워주게 되는 인물이 있다. 많은 경우 전자라고 생각하는데, 후자도 많아 당황스럽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내게 말한다. 사람은 저마다 그릇이 있으며 자기가 생각하는 우주가 있다. 그러니 그들 각자의 삶에선 그게 맞는 것일테니 실망하지도 놀라지도 말자. 그러면서 생각한다. 아. 나는 학생 때가 가장 총명했던 것 같아. 이런 건 몰라도 되는 생각인 것 같다. 따위의 것을 말이다. 


또 한 번 놀라는 것은, 매년 이렇게나 에피소드들이 추가되는데 앞으로는 얼마나 더 기상천외한 일들이 기다릴 것인가 하는 거다. 자꾸 두려운 이유는 아마 이것 때문이 아닐까 한다. 매일 밖으로 나서는 일이 마치 헝거게임마냥, 전투 태세로 나가면서도 그렇지 않은 체 연기해야 하는 일들이 버거워지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어른의 무게가 이런 건가. 아. 나 어른 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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