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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Sep 04. 2018

요즘 궁금했던 것

어제 선배에게 물었다. 30대가 되면 달라지나요. 사람을 보는 눈이 확 트일까요. 선배는 이런 저런 말씀을 정성스레 해주셨다. 30대에서 40대 가는 거 아니면, 별 거 없어. 아니, 지인에게 들으니 40대도 똑같은 나지.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나진 않아. 그냥 나는 나인 거지. 선배의 말을 듣고 끄덕였다. 또래와 얘기하던 안정적인 30대는 초등학생 때 막연하게 생각하던 미래일까.


선배는 또 말했다. 시간이 흐르면 곁의 사람이 점점 사라져. 환경이 달라지고, 나이가 들고. 서 있는 곳이 달라지기 때문이지. 지금 너무나 소중하다고 여기는 지인들이 있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하게 되는 일이 생기지. 각자 사는 얘기가 달라지면 그럴 수밖에 없어. 지금은 모임을 부지런히 다니거나 뭐라도 하려 한다면 나이가 들면 달라지지. 그런 얘기를 했다. 끄덕끄덕. 그러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한다. 열정이 사그라들기 전에 뭐든 해내야 해. 나 벌써 열정이 사그라든 건 아닐까. 그런 생각들을 한다. 예전보단 말이다. 가능성을 견디는 일 같은 거나 생각하고 말이다. 벌써부터.


btw 어제 저녁처럼 갑자기 일기장을 보는 이들이 생기면 털어낸 기억을 다시 읽게 된다. 그냥 죽죽 써내려간 일기를. 그럼 잠깐 울긴 해도 특별히 힘들진 않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마음 속에 두고 왜 이런 일이 있었을까를 끊임없이 곱씹게 했던 일 중 하나를 털어낸 기분이다. 있던 일이 없는 것이 되진 않지만 그게 나를 망칠 만큼 큰 일은 아니라고 나는 굳게 믿었다. 믿는다. 아니 강요하지 말까. 털어내면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사실 그동안 왜 바보처럼 있었지 하는 생각을 한 켠에 한다. 요즘에서야. 그냥 말하면 됐을 것을. 주변에 말하면 됐을 것을. 아니, 말했다면 가벼이 여겨졌겠지. 말은 공기처럼 떠다니다가 이상한 물방울들을 주룩주룩 내렸겠지. 어디 말을 해서 해결하는 대신, 견딘 나여서, 지금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타의들로 무너지는 걸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견딜 수 없다. 그러니 별 거 아닌 돌부리들이라 여기고 그냥 쌩~ 하고 넘기는 거다. 사실 정말 별 거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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