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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Sep 12. 2018

장면 몇 개

#1. 꿈에 자꾸 나오는 사람이 하나 있다. 참나. 꿈도 기억 안 날 정도로 잔 날이면 차라리 맑고 기분이 좋은데 꿈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날이면 좀 그렇다. 대부분 충격적인 부분만 뇌리에 남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자주 꿈에 등장하는 인물이 하나 있다. 안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뇌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내 탓인데 '난 원하지 않는데 사실 보고 싶다'는 건가? 이성은 절대 아니라고 하는데 말이다. 거참 나를 탓할 수도 없고 꿈을 탓할 수도 없다. 요란한 뽕짝이다.


그리워하면서도 그리워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어서 의식적으로 거부한다. 이 얘기 자체가 불편하다. 큰 마음은 그 사람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일상이 잔잔하기 때문에, 혹은 안정됐기 때문에 강렬한 기억이 남아있단 거다.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지만 말이다. 정확하게 표현할 수도 없을 만큼 나도 나를 모르겠지만 말이다. 헷갈리고.


우연이라도 마주치고 싶지 않고 보고 싶지 않지만 왜 꺼내느냐. 꿈에 자꾸 나오고 힘든 상황이 되면 찰나의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가장 내밀한 순간을 찰나라도 보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찰나에 느꼈던 감정을 일상에서 매번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가끔은 생각나는 거다. 재현할 생각은 없지만 문득 생각은 나는 거다. 한 사람을 그리워한다고 하기엔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아니기도 하다. 그립지만 만나고 싶진 않은 것. 나는 항상 뭐든지 '지워' '잘라내' 따위로 기억을 누르던 사람이라 남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거다.


#2. 해외로 나가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패배자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 아직은 그런 시선이 많은 게 사실이니까. 또, 나갈 거면 제대로 하고 싶기 때문이다. 매년 영국유학박람회를 신청하고 안 가는데, 신청할 기회는 놓치지 않지만 막상 순간이 닥치면 '그렇게까진 아니잖아 너' 따위의 생각으로 안 가는 거다. 한 번쯤 살다오면 좋긴 하겠지만 말이다. 고민은 누구나 하는 거니까. 자기 인생을 어떻게 꾸릴 것인가를 고민하는 근래라서. 요새 재정이랑 여러 가지로 고민이 너무 많아서. 찢어지게 힘든 건 아닌데 아끼고 절제하자는 생각을 잊는 순간 '큰일나겠는데'란 느낌이 드는 거다. 이젠 함부로 인생을 결정할 수 없어졌다. 상대적으로 결정이 쉬운 나이가 있었는데…. 혹은 가능성을 하나에 집중했던 시기. 하나의 길로 정했던 시기. 하지만 이제 새 길을 결정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나이가 된 거다.


#3. 인생에서 고민하는 시간은 길다. 뭔가를 위해 달리는 시간은 긴데 그 얻은 것에 대해 기뻐 하고 누릴 수 있는 시간은 정말 짧은 것 같다. 놀라울 정도로 짧다. 그래서 더 고민을 하게 된다. 계속 뭔가를 찾는다. 안락을 찾는 순간이 오면 거기에 익숙하지 않으니 또 뭔가를 찾아 헤매고. 난 그런 사람인 것 같다. 내 경우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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