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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정적 비혼주의자다

by 팔로 쓰는 앎Arm

최근 궁금한 것들이 생겼던 참이었다. ‘전력을 다했다’는 자평을 하고 싶은 콘텐트 하나를 붙들고 있었다. 3주간. 잠을 이룰 수 없었고 중간에 자잘한 콘텐트 처리를 해야 했으며 올지 안 올지 모를 답변들을 기다리고 여러 형식으로 유혹(?)하느라 용을 썼다. 분명 재미있고 애정이 있어 가능했으리라. 그러나 한 편으로는 불안감에 늘 깨어 있어야 했다. 일기장에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원인으로 불안하다’ 따위의 말을 적어뒀다. 그리고 마감을 어느 정도 치고 난 지금은 뒤처리를 앞두고는 있지만 비교적 안정됐다. 여전히 긴장하고 있지만. 좋아하는 대상을 잘 담아내고 싶다는 것. 소중한 것을 망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 뭐 그런 거였으리라. 그냥 추측할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알겠지.


누군가 정말 하고 싶은 게 있다고 말을 했다. 그래서 지원했다. 돈은 시간이 지나면 또 생기리라. 따위의 마음이었는데 그를 대신해 서류를 처리하고 몇몇 문의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괜찮을 거라고 그냥 무심하게 단순하게 넘겼는데 긴장했고 두려웠나 보다. 그러나 지금에야 드는 생각은 어떻게든 되리라. 돈은 벌게 마련이고 나중에 후회할 것이 뭔지를 생각해본다면 당장 잡힐 돈보다는 그에게 지원해주지 못한 일이리라.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은 내가 그의 나이 때 생각하던 가치관과는 다르지만 사람은 저마다의 길이 있다. 본인 기준 전력투구해 얻어낸 거라면 잃는 것도 어려우리라. 그런 생각으로, 내겐 지원하지 않을 것을 그에겐 지원해줬다.


마음이 무거웠던 이유는 별 거 없다. 그저 자꾸 사회가 생각하는 여자의 길에서 멀어진다는 것 때문일까. 나는 결혼 생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 그냥 떼쟁이처럼 결혼 안 해 라고 생각한 적은 있을지언정 진정 ‘나는 비혼주의자다’ 따위의 선언을 할 마음은 없었다. 그러나 임산부들의 고충, 현실적으로 잃는 것들을 대리 직면하자 나는 생각했다. 친구가 꺼낸 비혼이라는 말이, 현실이 돼 다가왔다. 비혼을 결심하면 얻게 되는 것들이, 그렇지 않을 때보다 훨씬 많았다. 물론 결혼을 하면 얻는 것들도 있을 테지만, 그건 또 다른 가정(possibility)에 나를 맡기는 셈이다. 그것도, 남에 의해 좌우될 여지가 아주 많은 불안정한 가정(not family)이다. 그래서 나는 확실한 가정을 골라 보았다. 그러자 마음이 아주 아주 편해졌다.


나는 잠정적 비혼주의자다. 생각은 바뀌기 마련이지만 오늘만은 이 탈출구로 내 정신을 위로해본다. 비혼으로 굳는 돈과 유지되는 가능성을 생각하면 이만한 남는 장사가 없다. 여러 가지 이유로, 나의 결혼이란 아주 먼 일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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