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배 A가 말했다. “너만 보면 불만을 다 말하고 싶어.” 나는 그에게 선을 그었다. 마침내 선배 A가 저렇게까지 말한 것은 내가 본인을 피한 것에 대한 이유를 돌려 물으면서부터다. 본인도 알았겠지. 나를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쓰고 있었다는 것을. 기자 집단에만 있어봐서인지 여기 특성이라고까지 생각이 드는 건. 동기 B 말로는 “후배 갈구는 맛으로 사는 집단 아니냐.” 라는 그것. 하지만 다른 집단에서 오래 일해본 적 없으니 이는 일반화의 오류라고 생각하고 패스. 어쨌든 관계에는 거리가 필요하다. 나는 당분간 더 선배 A에게서 도망다닐 생각이다.
#. 친구 B와 오랜만에 연락을 하게 됐다. 자기 화날 때 내게 욕을 쏟아 붓고는 미안하다고 장문의 카톡을 보내고. 끝내는 사랑한다느니 집착한다느니 괴롭힌다느니. 이상한 말을 해대는 그 친구에게서 나는 거리를 뒀다. 사람을 잘못 본 내게 오히려 실망하기도. 다른 친구 C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런 친구는 차츰 멀어지는 게 낫지 않니.” 그러나 사람 일이란 마음처럼 쉽지 않아서 애인 사이도 아니고. 헤어지자 말할 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 받아주지 않으면 혼자서 여러 메시지를 보내둔다. 무섭다. 이러다 말겠지 하던 게 반복되는데 패턴화된 건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시간을 흘려보내야겠다. 친구야. 너가 힘든 시기구나. 알겠어. 그렇게 합리화한다. 내 정신건강을 위해.
#. 가족 A는 나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C는 내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내가 불안하게 했던 존재였다는 걸 오늘에야 알았다. 이 또한 거리를 두고 내가 나와 살기 시작하면서 얻은 깨달음이다.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 상황이 그럴 뿐. 그러나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미세하게라도. 누구나 사정은 있고 스토리는 있지만 왜 내겐 늘 박한 건지 알 수가 없다. 다시 거리를 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마음이란 참.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 이른 아침 일어나 마음대로 뚝딱 뭔가를 해먹고는 출근 시간 두 시간 전에 근무를 시작한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사무실의 공기가 너무 좋다. 설레는 기분. 간질거린다. 최근의 내가 새로 찾은 재미다. 잠을 못 자면 그걸 이용하면 되지. 그렇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