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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감당할 몫

by 팔로 쓰는 앎Arm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점점 많아져 간다. 나이가 들수록 한 사람의 무게를 오롯이 해내는 것도 벅찬다. 과거의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또렷이 알았는데 이젠 좀 다른 거 같다. 사람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나중도 생각해야 하고 뭐 좋은대로만 할 수도 없다.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일을 적극 응원하는 편에 섰지만 좌절되자 마음이 또 아프다. 본인의 몫이라는 말에 동의하면서도 마음이 아프다. 별 거 아닌 건데 좌절되는 연습이 왜 이리 잦은 걸까. 사람마다 처한 상황과 살아온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털어놓기도 어렵다. 때로 누군가에게 자기 얘기를 한다는 건 도박이다. 동의받지 않았을 때 감당할 실망, 상처 따위를 생각하고 말하는 거다. 뭐 물론, 힘들어 죽겠는 상황에선 그런 계산 따위도 불가능하다. 저런 게 가능한 건 이미 혼자 곪을 대로 곪은 후다.


뭔가 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시간이 부족한 건 체력이 부족해서 오는 변명일 거다. 체력도 정신력도 예전같지 않다. 가장 상처받는 것은 무엇보다 오래 알았던 사람에 대한 것. 까놓고 말해, 선 자리가 달라지는 사람들의 관계는 절대 예전같을 수 없다는 것. 그걸 뛰어넘는 건 환상이었다는 것. 그래서 마음이 거지같다. 나 혼자 멍청하게 뭘 기대하고 있었던 걸까. 아니, 어쩌면 가장 잘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근데 이건 없었다. 다 가질 순 없다는 건 알았는데 그 '다'가 이렇게까지 좁을 줄은 몰랐던 거다.


좋은 환경에 있는 사람들과 좋은 사람들을 지키는 것에 집중하자. 잃어가는 것들, 도전해오는 것들, 내 가치를 깎아내리려 안달나 있는 것에서부터 멀어지자.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게 맞았다. 내 편이라 생각했던 사람, 그냥 다 내가 잘못 봤던 거다. 누구든 'one of them'으로 대할 일이지 특별히 뭔가를 기대하진 말자. 언제든 잃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하자. 그러자 마음이 가짜로 편해졌다. 아니다 싶음 하지 말아야지. 마음대로 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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