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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Dec 17. 2018

마감과 연말이 겹쳤을 때

문제의 원인은 하나다. "왜 이렇게 일이 늘 몰릴까"는 매일 일이 정말 많기 때문에 느끼는 거고, 여기에 가중된 무게는 연말 모임들. 갖가지 연말에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에 해당하는 모임들에 참석하고 나면, 또 예정된 일정들이 빼곡히 적힌 다이어리를 들고 있노라면 한숨이 푹 나온다. 너무 힘들다. 힘들다고 징징댈 곳이 없어 또 찾아온 곳은 결국 브런치다. 줄곧 같은 레퍼토리인데, 힘들어 죽겠다고 엄살부리고 싶지만 막상 한 마디도 낼 수 없는 일상에 질려서 머리 꼭대기까지 신경선이 곤두서서는 찾는 곳은 결국 일기장. 내 브런치.


너무 많은 해야할 일과 의무들. 같은 말이지만. 그냥 내가 담아보는 무게는. 뒤가 더 무겁다. 일도 많고 의무도 많고 소진될 일만 가득한 연말. 돈도 잃고 시간도 잃고 건강도 잃고. 하고 싶은 건 단 하나도 할 수 없이 쫓기듯 골목으로 나를 몰아치는 연말. 그렇게 만든 건 내 자신이라고 말해볼 수 없다. 나는 하기 싫다. 가기 싫은 모임이나 약속은 안 가고 싶고 누가 상처받는다고 내가 배려해야 할 일만 가득한 사회생활도 하기 싫다. 오늘의 나는 그런 거 저런 거 다 싫다. 말장난이려나. 미래의 나를 위해서라고 내게 말해보지만 공허한 메아리다. 결국 그렇게 해서 내가 얻는 건 하나도 없다. 슬프고 공허할 뿐.


받아본 놈이 뻔뻔하게 잘 받는다고. 그래서 나는 받아본 놈인 체를 좀 해보고 싶어도. 사랑도 받아본 놈이 받는다고. 그럴 수가 없네. 뻗으면 악몽 깨어나면 일. 쉬고 싶은 밤과 주말엔 가득한 약속들. 그 자리에서 기꺼이 카드를 내야 하는 의무들. 선물을 안겨야 하는 의무들. 그냥 그렇다고. 세상에 완벽히 순수한 관계는 없으려니 하고 꿈깨야지. 그런데 왜 나만 소진되지? 왜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지? 왜 돈 들어갈 곳만 늘어나지? 남의 선물, 남의 행복 사느라 내 물건 따위 하나도 사지 못하는 삶. 왜 그렇지? 멍청한 질문을 또 던져본다. 팔자려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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