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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Dec 30. 2018

내겐 올해의 배우 '이시하라 사토미'

역사적으로 일본을 '싫어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별개로, 나는 이시하라 사토미 작품을 찾아보는 팬이다. 그가 어디서 사진을 찍고, 홍보라는 목적으로 우를 범하는 것을 좋게 보진 않는다. 그저 그의 연기적 면모만 보는 것일뿐. 일본 만화에는 관심이 없는데, '교열걸' 시리즈부터 '언내추럴'까지 일본 특유의 '빻은 대사'가 '그나마' 적은 사토미의 작품들을 아주 좋아한다. 사토미의 반짝이는 비주얼은 물론이고 그가 하는 개성있는 연기가 참 좋다. 혹자는 그 작품이 그 작품이라 하지만 팬이라 그런가 내겐 달리 보이던데. 언내추럴의 사토미를 한 번이라도 본다면 그런 말은 못할 거라 생각한다. 사토미 스스로 언내추럴 시리즈가 더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할 만큼(물론 배우 입장에서 본인이 출연한 작품이 이어지면 좋은 거겠지만 다른 의미를 부여해본다) 그 작품이 일본에서 만들어졌다는 건 의미가 상당했다. 우리나라보다 심한 일본 내 성별 차별, 직장 내 성별로 나뉜 직무 등이 언내추럴에선 보기 좋게 지적되고 타파되기도 한다. 물론, 한계가 있어 남자에게 공을 돌리는 모습도 나오지만 '일본에서 이 정도면 선방이다' 따위의 느낌을 준다. 뭐.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으니 나아지겠지. 그런 희망을 품는다.


교열걸 시리즈 속 사토미는 반짝거린다. 사토미야 뭐 어디서든 빛나겠지만 교열걸 속 꿈을 가진 여자, 꿈을 이루기 위해 집을 한 가득 한 매체 잡지로 채운 여자, 일을 위해 남자와의 관계는 뒤로 한 여자. 그러면서 자기 만족을 위해 자기를 가꾸는 걸 게을리 하지 않는 여자. 사실 우리 주위에는 이런 여자가 더 많은데(뭐, 내 경우일 수도 있고 내가 그런 걸 수도 있고. 사람마다 사는 세상은 다를 테니) 연애를 조장하는 분위기, 연애 안 하면 큰일나는 것 같은 문화가 이런 캐릭터가 덜 나오게 한 건 아닐까 싶다. 사실 나는 한국 드라마는 잘 보질 못하고 미국, 영국, 일본 드라마를 종종 찾아보는 편인데 그건 비현실적인 러브라인을 못 보기 때문이다. 안 그런 작품도 있겠지만, 필자가 찾아보는 작품에 한해서는, 이들은 연애더라도 지독하게 현실적으로 연애만 파거나, 직업물이면 직업만 판다. 외국 드라마가 훨씬 재미있고 영양가 있는 이유.


사토미로 돌아와서, '9시부터 5시까지 나를 사랑한 스님' 같은, 보기도 싫은 빻은 작품은 차치하고, 그가 출연한 '언내추럴'이 준 임팩트가 강렬했기 때문일지. 어쨌든 올 한 해 시간 가는줄 모르고 정주행했던 '튜더스', '매니악', '그레이트 뉴스', '보디가드', '언브레이커블 키미슈미트' 시리즈 속 쟁쟁한 인물들 중에서도 사토미의 말간 얼굴이 자꾸 기억에 남는다. 언내추럴서 때론 남자에게 다 주운 공 바구니를 던져줬던 사토미가, 다음 시즌이 나온다면 '일본에서 이렇게까지 나왔다고?' 싶을 만큼 더 발전한 캐릭터로 돌아오길 기다린다. 내용 면에서도, 각종 사건 구성에 여러 편견이 들어가지 않게 작가가 좀 더 힘내줬으면 한다. 시청률은 안 좋았다지만, 사토미 같은 정상급 배우가 '타코네노 하나 그림의 떡'('제목은 왜 이래 정말' 싶지만 내용 보면 그럴 만하다고 납득될 거다) 같은 작품을 고르는 건 그의 견해도 분명 들어갈 터. 일본에서 고군분투하는 사토미의 안목을 믿고, 기다려야지. 우리나라든 일본이든. 작품 속 캐릭터는 사회를 반영할 수밖에 없으니 사토미가 더 좋은 역할을 맡으려면 일본도 변화해야 한다. 그리고. 사토미가 맡은 작품의 변화만 봐도, 일본'도'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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