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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Mar 22. 2019

선배, 제발 한 달만 쉬세요

조직에는 선배란 이름의 답정너가 일부 존재한다. A 선배는 내 정신을 자주 고문하는 사람인데 그간은 '고문'이란 단어를 쓰기 싫어 피하다가 급기야 글로 뱉는다. 농담 섞어서 말이지. A 선배는 밤새도록 자기 이야기를 끊임없이 늘어가면서 이상한 협박을 하는 게 취미인데 나는 '기자' 직종에 오래 일한 사람 치고는 그가 착하다 정도로 끊임없이 합리화해왔다. 몇 번이나 멀리 해도 자꾸만 자석같이 붙어 오는 그 선배 때문에 매일 같이 '그래, 알다가도 모를 게 사람이니까' 하고 긍정주의를 내게 몇 번이나 속삭여야 하는지 모른다. 늘 자기 고민을 입만 열면 얘기하고 입만 열면 남 욕하고…. 나는 그 선배가 주변 상황을 얼마나 곡해해서 받아들이는가 등을 보면서 환멸을 얻다가 또 그러다 만다. 그냥…. 사람은 다 그렇지 뭐. 그러고 마는 거다.


정신을 고문하는 답정너들에게 현실을 가져다 주면 그간 들어준 게 무색할 정도로 부르르 떨기 때문에 그러지 않는 게 좋다. 나는 끊임없이 기자 말고 다른 일을 할까 말까를 고민하는데 그건 사실 이런 데서 기인한다. 좋은 선배들도 있지만 이상한 성정을 가진 사람들도 많아서. 그걸 옮을까봐. 다만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하고 싶은 건 분명 이 조직엔 그런 분이 적다. 다만 문제는 어디서든 내가 너무 남의 말을 들어주는 게 문제일까 싶을 정도로 내겐 자기 속내를 바닥까지 드러내는 '급친' 지인이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때론 고통스럽다. 그게 선배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선배는 내 정신을 너무나 파괴한다. 그러면서 다른 데서 거짓말을 너무 하고 다닌다. 급기야 내게 거짓말을 들킨 후에는 적반하장으로 나온다. 자기 창피하다고 말이다. 세상에 참 다양한 인간 군상이 있고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이렇게 자잘하게 짜증을 유발하는 선배는 그냥 안 부딪히는 게 최선인데 '막내'라는 이름으로 그럴 수 없으니 나는 그냥 오늘도 강제 긍정을 외치는 거다. 그러니 속이 메스껍다. 그렇게 하는 것 없이 모든 게 힘들고 짜증나고 불만인 데다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들로 남들을 상처주는 게 '아무렇지 않다'면, 그 선배는 일을 그만 두는 게 참 좋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선배에게 말하고 싶다. 한 달만이라도 쉬시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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