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에 대하여

by 팔로 쓰는 앎Arm

A는 어쩐지 자신의 일기에도 ㅇㅇ 사실을 적고 싶지 않아 했다. 그 행위는 꺼려진다 했다. 그것은 곧 나을 병이니 그러려니 한 것의 일환이거나 또 막연한 두려움이었으리라. 어느 날, A는 강의실에 들어가지 못했고, 지하철에서는 숨을 죽였다. 설명할 수 없는 압박이 A를 감쌌고, 숨도 쉬기 어려웠다. 마침내 집에서조차 갑자기 담요라도 뒤집어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것을 알고는, A는 고민 끝에 병원을 찾았다. 이 행위에 대해 말하기도 적기도 싫은 것은, 분명히 혹자는 'ㅇㅇㅇㅇ인데 어떻게 걸어다녀?' 'ㅇㅇㅇㅇ 연예인들이 걸리는 거 아니야?" 'ㅇㅇㅇㅇ인데 어떻게 사람들 속에 있어?' 따위의 말로 깐족대거나 웃으며 비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그러지 않았다면 고맙고, 그랬다면 뒤로가기를 누르길 바란다.


ㅇㅇ을 진단받은 후 A는 약을 받았는데, 결과적으로 그는 약을 열심히 먹지 않았다. 약을 타와서는 잘 파쇄해 버리기도 했고, 심각할 때가 와도 먹지 않았다. 약에 지는 게 싫어서. 그게 틀렸다고 할 수 있지만, 그냥 그의 방식이었다. ㅇㅇ을 진단받은 후 2년이 지난 지금, A는 여전히 종종 찾아오는 ㅇㅇ에 고통받는다. 다행히 일을 할 땐, A 초인의 정신력을 버텨내지만, 일상 곳곳에서 찾아오는 ㅇㅇ에 A는 그만 질려버린 것이다. 그래서 언제나머리 위에 드리운 그 그림자를 떨쳐 내려 애쓰지만 어쨌든 A는 여전히 ㅇㅇ과 종종 싸운다.


ㅇㅇ이란, A가 좌우할 수 있는 병이 아니고,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몰라서, A는 불특정 집단이 있는 곳은 가급적 피한다. 으레 젊은 여자들이 그렇듯, A는 그런 곳에 가면 꼭 무슨 일이 발생하는 존재였기 때문에, A는 가만히 있어도 문제들이 다가오는 것 같은 수년동안, 어쩌면 내 팔자가 문제인가 생각을 하고 살았던 것이다. 지금도 그렇다는 A는, 그러나 그 사실을 지인들에겐 말하지 않는다. 피해망상도 아니고, 공주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정말 고통이지만, 어쩐지 그런 사실들은 입 밖으로 내면 휘발돼 가벼움만 남는 것을, 잘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A는, 명확한 피해 사실도 없이 그저 남을 깎아 내리는 이들이 지겨운 것이다. 누구 말처럼 배가 불러서 저러나 싶다가도 정치질인가 싶다가도 그런 것과 상관없는 치들이 그런 일을 할 때는 좀 당황스러운 것이다. 그저 인터넷에서 글 몇 번 본 것으로, 자신이 정말 대단한 고통을 겪어온 양 자신을 포장해 불특정 다수에게 면대면으로 말하는 이도 지겹고, 어쩌다 몇 번 자잘한 실패를 겪은 것으로 남까지 깎아내리면서 '세상에서 나만 힘들어' 병에 빠진 치들도 싫다. 그러려니 이해는 하지만 그 치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황당하고 낭비스러운 시간이다.


그러니 A는 매일같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다가도 서로의 적정선을 넘어가거나 자신만이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미성숙한 치들을 만나면 (대개 그런 자리는 가기 전부터 예상이 되지만, 사회생활이란 것이, 알면서도 가야 하는 일이 태반이다) 마음 속으로 '웃어라 A야' 따위의 자신만의 불경을 반복하면서 억지로 억지로 그 자리에 꾸역꾸역 앉아있는 것이다. A는 노력하지 않으면서 남을 욕하는 사람이 싫고, 배가 불러서는 다른 걸 보지 못하고 떠드는 이들도 싫으며, 공주병에 걸려버린 치들도 싫고, 왕자병에 걸려버린 이들도 싫다. 종합하면, 무례한 사람들은 참 싫다는 게, A의 주장인데, A는 그러면서도 '좋은 사람 콤플렉스'를 아직도 버리지 못해, 이렇게 브런치에 와서 글이나 도닥이고 있는 것이다. 점점 나아지는 ㅇㅇ에 대해, 이젠 그 병이 그냥 동반자려니 하면서 받아들이고서는 말이다. 이런저런 일이 있더라도 어쨌든, A는 꽤나 행복하다고 자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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