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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Dec 10. 2019

잔인한 글자들

나는 아직 나이브하고 순박하고 뭐 그렇다. 중복이지만 강조하고 싶으니 그러려니 해주라. 정상급 아이돌이라는 이유로 가해지는 잣대들은 때론 잔인하다. 여자 아이돌에게는 종합 잣대를 대고는 죽였으며 중소 출신 정상급 아이돌에게는 대형 기획사 출신 아이돌에게 가하지 않는 잣대들을 대 죽이고 있다. 이는 그들이 핫해서 생기는 증상이기도 하지만은, 일련의 스토리가 있다고 추측할 뿐이다.


A 선배는 모 남성 아이돌 그룹을 얘기하며 입을 삐죽이곤 했다. 인터뷰도 안 해주며 바씬 척만 하는 예의 없는 것들이라는 게 A 선배의 이야기였다. 타사 선배 일부도 관련 아이돌을 이야기하며 안 해줘서 섭섭하다는둥 기자들에게 친절하지 않다는둥 이야기를 구구절절 늘어둔 적 있기에 그저 그 기획사는 기자를 믿기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하고 있구나 따위의 생각을 했다. 변하는 시대에서, 기자가 뒤로 밀리는 건, 이젠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받아들이면 될 것을, 왜 과거처럼 안 해주냐고 징징대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다.


그러나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이런 일 중에서도 연예부 관련 기자들은 말도 불만도 참 많은 편인가 보더라. 그들 속에 속했던 적은 없으되 그쪽 출신이거나 그 부서에 있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참 사람 미워할 가벼운 이유가 많아 보였다. 물론, 섭외가 안 되거나 인터뷰에 응해주지 않으면 마음이 아플 수는 있겠지만, 그게 미워할 이유고 떠오르는 걸 비꼴 이유인지 나는 1도 공감가지 않았다. 그래서 귀담아 듣지도 않았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흘려 들을 뿐이었다.


C 선배는 모 남성 아이돌 그룹 이야기가 나오면 과거의 그들이 쓴 가사를 들먹이며 욕을 심하게 해댔다. 관심도 없는 아이돌이라면서도 그들에 대한 부정적으로 얼핏 보일 수 있는 이야기는 풍부하게 알던 그는, 지독한 페미니스트라고 스스로를 소개하지만 말이다. 곁에서 지켜본 이들의 말은 하나같이 강약약강에 불과하다는 것. 그래서 나는 입으로 정의 외치는 사람을 별로 믿지 않는다. 구린내를 숨기려 정의인 체 하는 인간이 태반이라.


사람은 살다가 실수도 한다. 그가 서 있는 자리에 따라 조명되는 것은 다를 것이고, 그가 속한 회사 등의 영향력에 따라 그 사안을 다루는 기자 혹은 기타 등등의 반응들은 다를 것이다. 그런 것을 보면, 세상 돌아가는 게 결국은 인맥, 그사세 따위의 것이라는 것에 혀를 찬다. 그렇게 좋은 성적을 내도 부인당하고 그렇게 무대를 잘해 내도 과거의 실수 하나 꼬투리 잡아 끝없이 미워들 한다. 그런 부정적인 기운에서, 값진 꿈을 키우는 사람들은 다 멀어질 수 있는 능력을 가졌으면 좋겠다. 더러운 곳에서 연꽃이 피지만서도, 그 연꽃. 시간 흐르면 더러운 물에 그만 누렇게 뜨고 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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