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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Jan 08. 2020

인간이 인간을 위로할 수 있을까?

언젠가부터 자연스레 받아 들인 사실 하나. 나와 너의 대화에 진심이 존재할까?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 이제는 크게 놀라지 않는다. 내가 앞에 있는 사람과 말을 할 때, 그 사람은 내 언어를 100프로 이해하고 들을까? 어쩌면 내가 말한 것들에 대해 왜곡해 기억하고 부분만 습득해 재해석하진 않을까? 과거부터 이어진 인간에 대한 실망은 이 같은 질문에 대해 "어떻게 그래?" 하는 것 따위의 바탕에서 온 것이었을 테다. 그러나 이제는 어쩌면 안다. 나는 꽤 세심하고 예민한 사람이라는 축에 묶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상대의 공기를 읽고 상대의 언어를 기억하는 게, 손해일 때가 많아 애써 그러지 않으려고 십수년 의식하며 살아왔다는 것. 애써 쿨해지려고. 그 놈의 쿨병.


우리가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서로의 의사를 100프로 이해하고 기억해 낼까? 정답은 단연 아니올시다라는 것에 나는 이제 놀라지도 실망하지도 않는 인간이 되었다. 그냥 그런가보다. 그렇게 지나는 수많은 진심 없는 대화들, 때로는 진심이 들어가도 가닿을 곳 없어 흩어져 버리는 대화들에, 이제는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그저 한 사람의 감정 없는 화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어떠한 형태의 어른이 되어 사회에 부유한다. 그렇게 내가 아닌 말을 내뱉고, 내가 아닌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상처받지 않겠다고 매번 다짐하는, 어쩌면 슬픈, 어쩌면 단단한 어른 하나가 되었다.


나는 이제 그냥, 사람과 사람의 대화 혹은 교류는 각자의 필요에 의한 것일뿐, 그 진심이 가닿는 순간은 거의 없다는 것에 대개 78프로, 아니 83프로 정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어떻게 그래? 왜 내 말을 몰라줘? 왜 기억을 못해? 따위의 것은 모두 인간관계에 대한 지나친 순수함에서 나온다는 것. 그러니까, 다른 사람에 대한 기대 혹은 어쩌다 존재하는 세심한 인간 따위가 자신이 그렇듯 남들도 그럴 것이라는, 어쩌면 당연한 기대 아닌 기대 혹은 상식에의 의존이라는 오만에서 나오는 행위라는 것에, 나는 89퍼센트 동의하는 인간이 된 것이다.


완벽한 교류란 존재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속 시원한 대화서 누군가는 상처를 받고, 누군가는 별 기억 없는 대화서 누군가는 영감을 받고, 그렇게 각자의 세계관 속에서 달리 돌아가는 세상서, 과연 우리 사이에 진실이란 존재하기나 할까? 저마다의 사정과 저마다의 거짓과 저마다의 재해석이 들어가 만들어 내는 이 괴물 같은 사실 아닌 진실 혹은 우리의 이야기들이, 공기 속에 둥둥 떠서는, 누군가의 마음에 가 닿을 수나 있을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단단하게 알아버린 나는, 그냥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은 마은으로 앉아서는, 그냥 단단해진 나로, 인간은 그 이름과 다르게, 어쩌면 사회적 동물이 아닌, 그저 연기하는 동물, 그래서 사회적인 동물 따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어린 시절과 다른 의미에서, 무릎을 탁 치며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을 위로할 수 있을까? 인간은 서로를 실망시키다 서로를 닮은 이를 찾고, 서로를 닮은 이라는 망각 속에서, 자신을 상대에게 복제해 내고, 상대를 나에게 복제해 내고, 그렇게 서로를 속이다가, 운이 좋으면 서로를 때로 거짓으로 위로하기도 할 테다. 그 위로란, 본질은, 결국은 자기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일 텐데, 과연 오가는 말들과 떠다니는 온갖 미담이나 좋은 이야기 따위의 부유물들이, 과연 좋은 것인가. 혹은 입맛들에 굴러 만들어진 것인가 따위의 것에, 과거의 나는 당연히 좋은 얘기라고 단언했던 것을, 이제는, 마냥 좋은 얘기는 없구나. 세상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인간의 이해 관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그것이 참 당연한 곳이며 현상이구나 따위의 것에 대해, 나름 단단해졌다고 말해 보려는-그런 말을 하려는 것 자체가 단단한 게 아닐 지도-그런 어른이 돼 주절대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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