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처럼 일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흘렀다.
기자 일을 시작한지도 오래 되었다. 아니, 오래 되었다고 할 수 있나? 애매한 시간이 흘렀다. 여러 출입처를 돌았고 여러 매체를 경험했지만 아직도 이 업계의 희망은 잘 찾지 못했다.
그러니까, 일을 시작하기 전 이 업계의 전망을 300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100정도다. 그래도 100점이다. 100점.
이렇게 될 줄 몰랐을까? 알았다.
이 직업의 장점이란, 아무리 좌절해도 돌아올 길이 있고 아무리 힘들어도 다른 길이 비교적 쉽게 열린다는 것이다. 자기 자리에서 밥벌이 잘하고 있던 자에게는, 여러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선택의 기회가 올 때마다 감사한다. 여러 영역과 결합된 내 커리어는 생각지도 못하게 혁신적인 미래의 길을 열어 주었다. 그래도 나는 길게 본다. 길게 보고, 오늘을 전략적으로 살아간다. 서사를 생각하며, 내 오늘을 구성해 낸다.
이런 저런 일에 엮여도, 억울한 일을 당해도, 나는 굴하지 않는다. 이 직업을 택한 이상 절대 굴할 수 없다.
그래서 생각하는 것은, 굴하느니 나는 차라리 다른 길을 걷겠다는 것이다.
애초에 나는, 자연 속에서 그저 통나무집 하나 지어 글쓰는 삶을 꿈꿨으니.
내 뒷배는 나다.
내 당당함의 근원은 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최근의 맹목적인 러브마이셀프는 지향하지 않는다.
애초에 유행에 따라, 열심히 달리던 번아웃된 이들을 향해 해주던 이같은 자존감 지킴이적 말들이
조금은 변질되어 자기 자리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그저 무위도식하려는 것까지 나는 편들어주고 싶진 않다.
여러 생각을 한다.
인간의 가치를 생각한다.
인간이 지향해야 할 것을 생각한다.
변해가는 늙은 자들을 생각한다.
젊지만 마음이 늙어있는 자를 생각한다.
나는 그저 건조하게, 내 인생의 볼륨을 높이면 될 일이다.
그거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