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by 팔로 쓰는 앎Arm

한없는 어둠이 나를 끌어당기는 밤이 오면 어쩔 도리가 없다. 성시경의 노래를 튼다. 눈물샘이 마르길 기다린다. 울컥대는 걸 줄줄 쏟아대면 나아진다. 때로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 그럼 그냥 꾹 참으면 된다. 지나가길 기다리면 된다. 잘 넘기는 게 중요하니까 울컥대는 걸 내보낸다. 그럼 또 해가 뜬다. 다시 밝은 아침이 온다. 구원의 시간이다. 해가 짧아진 겨울은 때로 잔인하지만, 그래도 해가 안 뜨는 건 아니니까. 뜰 걸 아니까 울컥대는 시간을 참아낸다.


그래도 힘들면 일기장을 켠다. 키보드를 도닥이며 우울의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로 가득한 내 공간에서 내 키보드를 도닥인다. '내가'라는 말을 애써 쓰는 건, 내가 세상에 애착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언젠가 들킨 적이 있다. 마른 걸레 쥐어짜듯 살지 말라고. 근데 나는 일하면서 충전되는 인간이라. 그건 참 어려운 일이다. 영감으로 가득한 일상을 만들고 그 안에서 우물 파듯 물을 첨벙인다. 침잠하다 보면 다시 행복해진다.


팍팍한 일상은 대개 안전과 보상을 주지만 때론 이런 날이 온다. 어찌할 바를 몰라 울컥대다가 일기를 도닥이면 그저 또 평범해진다. 내 안의 중심을 다시 찾아야 하니까, 누군지 모르지만 내 안의 아이를 달랜다. 자꾸 울컥이려는 애를 달래면 또 순해서 달래지니. 내 마음 쓰기라는 단 걸 주고는 안심시킨다. 그러면서 일기를 쓰는 일을 두려워 한다. 지나고 나면 아닐 것들을 왜 남길까. 왜 상처의 순간들을 적나. 그건 방법이 없어서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나 혼자 감당해야만 하는 몫들이니까. 근데 버거우니 일기의 힘을 빌리는 거다. 일기에 기대는 게 최선이니까.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나를 너무 아프게 한다. 억울한 일이야 누구에게나 있고, 부당한 일도 그렇지만…. 이렇게 누적된 게 울컥댈 때면, 나는 일기를 찾는다. 생의 곳곳에 사랑의 순간들이 있었다는 걸 이제야 알고, 때론 현실에서 느끼지만, 결국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은 그 사랑하는 것들이다. 관심도 없는 것들은 안중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내가 깊게 사랑하는 것들이 나를 아프게 할 때, 나는 그걸 덜 사랑하는 걸 택하지를 못하고, 그냥 세상에 대한 애착을 더 없앤다. 그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그럼 다른 사랑하는 대상들로부터 그 공간을 채운다. 해가 뜨면 그럴 시간이 온다. 그러니까 오늘 밤의 눈물은 오늘 밤으로 끝낼 것! 오늘도 나를 받아준 일기에게 감사하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