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은 판타지일까?

by 팔로 쓰는 앎Arm

난 어느 정도 삶의 궤도가 정해져있다고 믿는 편이다. 살다보면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물론 스스로도 모르는 새 씨앗을 심어버려 일어나는 일들이겠지만, 정말 그럴 일들이 있다. 운이라거나 우연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타고나는 것도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까. 우리는 최대한 발버둥을 치면서 살아가곤 있지만 아주 희미한 틀이 있긴 하다고 생각한다. 그것대로 간다기보다는 그런 점선이 있긴 있다고 믿는다. 넘을 수도 있지. 실선이 아니니까. 때론 그 안에서만 놀 수도 있지. 겁쟁이니까.


이런 밈이 있다. 책임있는 어른은 이불 덮고 방에만 누워있는 어른이라는 밈이다. 무슨 말이냐면, 물가가 워낙 비싸니 휴일에도 놀러나가거나 외출하지 않고 집에만 있으라는 것이다. 매일같이 밖에 나가는 부지런(태생이 그렇다. 귀찮은 타고남이다.)한 타입인 나는 아침부터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걸 상당히 좋아하는데, 그러다보면 나가는 돈이 있다. 전철만 해도 얼마인가. 전철, 목마름 해소, 배고픔 해결 등에 들어가는 돈이 아무리 절약해도 나가긴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주 오랜만에 어제 오늘은 집에서 손빨래로 묵은 빨래들을 해보고, 미팅도 원격으로 해결하고 (마이크로소프트, 줌.... 어쩔 수 없지 다른 나라에 있는 이들이니까. 당연한 얘기다.), 이것저것 좀 집에서 해보려는데, 정말 해야 할 일이 아찔하게 많은 건 왜 이럴까 라고 또 한 켠으로 생각한다.


조직 밖으로 나서지 않아본 이들은 바보가 된다. 다 그런 건 아닌데, 어딜 가나 2%가 운영하는 게 조직 아니던가? 공부하지 않고 고인 자들은 바보가 된다. 조직 밖으로 나서면 매일 노는줄 아는 이들이 태반이다. 세상이 그렇게 순순하게 살아지던가? 여러 차례 주절댔듯 나는 고인물을 싫어한다. 의식적인 게 아니라 그냥 태생이 그런 것 같다. 발전하지 않는 자들을 혐오한다. 나아지지 않는 자들, 자신의 그름을 고치지 않는 자들을 싫어한다. 홀로 침잠하면 뭐 내 알 바 아닌데, 조직에서 그런 자들이 위로 가면 후배들의 커리어를 망친다. 아주 대차게 망쳐버린다.


애니웨이, 그 밈처럼 책임감 있는 어른이 되어보겠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부르는 이들이 많은지 정말 괴롭다고 생각했다. 자랑이 아니다. 반갑지 않은 이들이 부르는 걸 거절하는 것도 정말 쉽지 않다. 한국에선 카톡을 몇 번이고 탈퇴한 적이 있다. (물론 수년에 걸쳐서, 연락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때 말고, 사적으로 필요없을 때.) 그것도 씨알이 먹히지 않는다는 걸 알아서 그 행동도 별로 하고 싶지가 않다. 그냥 가만히 조용히 명상하며, '월든'에 묘사된 것처럼 자급자족하며, 글을 쓰고, 생각하고, 퇴고하고, 고쳐쓰고, 조금 먹고, 조금 쓰고. 그렇게 살고 싶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어려운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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