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이 체포됐다. 이 곳에선 ㅇㅇ타임스와 블룸버그가 제일 먼저 이미지 넣은 속보를 썼다. CNN 폴리틱스나 다른 곳은 아직이다. 이 곳에선 틱톡 금지와 일론 머스크 이야기가 더 큰 뉴스다. 그래도 현직 한국 대통령이 체포됐다는 소식에 관심갖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이 나라 대통령에게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둥 한다. 기사에 쉽게 댓글을 남기는 이들은 의견을 쉽게 내는 이들 같다. 신중하게 쓴다기보다는 화를 내는 분출구로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통의 사람들이 보고 읽고 말거나 지인들과 이야기하는 데서 그치는 것과 달리 댓글을 남기는 이들의 부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리 다채롭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뿐 아니라 이 곳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는 안 가봤으니 단언할 수 없다.
이 직업을 천직이라 여기고 사랑하지만 최근에도 여러 잡오퍼를 받으면서 다른 길을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다 지원해주겠다고 오라는 곳들이 감사하게 있다. 근데 나는 차일피일 제대로 된 답을 미루고 있다. 대개 몸이 먼저 안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으면 몸의 반응을 보면 된다. 머리로는 왜 이럴까 하지만 몸은 답을 안다는 얘기다. 지지난주, 모 매체 편집장이 휴가 후 사무실에 복귀한 뒤 정식 연락을 주겠다고 해서 새벽에 캐리어들을 열어 정장을 싹 꺼내 싹 다렸다. 몇 시간동안 옷을 다리면서 행복했다. 정말 웃기는 일이었다. 세계 최고의 매체 편집장이 이런 말을 하다니. 꿈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꿈이었나보다. 편집장은 아직 연락이 없다. 기다린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정장을 잔뜩 꺼내 다린 내가 웃겨서 키보드를 도닥여본다.
이런 걸 보면 이 일을 사랑하는 게 틀림없다. 고질병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은 언제나 나를 아프게 하지. 하지만 사랑할 수 있다는 것도, 천직이라 생각할 수 있게 해준 선배들과 부장들, 독자들이 있었다는 것은 엄청난 복이다. 난 정말 어쩔 수가 없나보다. 아주 적극적으로 오라고 하는 한 회사에서 어제 오늘 연달아 미팅을 독촉했는데, 이 곳 한 일간지 운세가 도착해 그냥 읽어봤다.
"If you find yourself doubting that you are in the right line of work, and wondering if you need to change course, don’t make any hasty decisions as the full moon will make you dangerously unpredictable. Don’t throw away everything you have accomplished."
신기하지 않은가? 이러니 내가 이 세상은 시스템 ㅋㅋ이라는 delulu적 생각을 한 켠에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고마운 이 운세 덕분에 나는 더 고민하게 됐다.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생각해야지. 내가 천천히 생각하는 게 다른 사람 기준에선 평균이니 (제3자의 의견이다.) 그렇게 천천히 생각해보겠다.
돌아와서, 어쩔 수 없이 뉴스 중독인 걸 보니 저 운세 속 말씀(?)을 따라야 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