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교실에 똥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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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 스승의 날, 2학년 담임이었다. 다행히 스승의 날 깜짝 파티를 몰래 준비하기엔 어린 애기들이라, 여느 날처럼 수업을 하는 평범한, 아니 평범할 뻔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2교시 수업시간, 민수의 분주해진 눈빛을 보았다. 후각이 발달한 민수가 누구보다 빠르게 똥 냄새를 포착한 것이다.
교실은 순식간에 냄새 범인 찾기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냄새가 아주 강하게 올라오는 그 자리는, 누가 봐도 우리 반 서준이(가명)를 가리키고 있었다.
서준이는 묵직하게 축 처진 엉덩이를 최대한 흔들림 없는 자세로 유지한 채, 엉거주춤하게 걸어 나왔다.
“서준아,,, 진짜야?” 조심스럽게 속삭여 물어봤다.
“아니요....” 서준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서준이의 좌우로 흔드는 고개와 흔들리는 눈망울을 보니 눈치챌 수 있었다. 창피해서였다. 곧바로 아무도 없는 복도로 잠깐 불러냈다.
교실에서는 친구들에게 아니라고 계속 우기던 서준이는 그제야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몇 분 후, 서준이가 엉덩이 쪽을 부여잡고 화장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확인해봤어?”
“네...”
“... 어떤 거 같아? 맞는 거 같아?”
서준이는 이번에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서준이를 담당하시던 특수 선생님께서 소식을 듣고 오셨고, 특수반에 있던 여분의 속옷과 바지로 갈아입히러 데려가셨다.
서준이가 잠시 비운 교실에서, 아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서준이가 돌아오면 민망해하지 않게 놀리지 말아라는 당부를 하려던 참이었다. 민수가 커다란 소리로 말한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말한다.
대화를 듣고 있던 나는 깜짝 놀랐다. 우리 반 애기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른이었다. 스승의 날 뜻밖의 선물을 받은 기분마저 들었다.
서준이가 슬그머니 뒷문을 열고 들어오자, 아이들은 별 일 없었다는 듯, 평소보다 숨죽이고 앉아 있었다. 한두 명이 힐끔 뒤로 보다, 이내 눈치를 보며 날 쳐다봤다. 그렇게 평화로운 하루가 지나갔다.
아이들이 하교한 후, 활짝 열어둔 창문으로 그 날따라 더 화창한 햇살이 교실로 들어왔다. 아직도 교실에 베인 은은한 똥냄새가 올라오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같이 피어오른다.
나는 나의 스승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내가 벗삼은 친구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나 내 제자들에게선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웠다. -탈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