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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햇살 May 03. 2021

교사 옷차림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너 패션쇼 가니? 아니, 나 수업하러 가.

 한 겨울, 히터를 틀어 다소 건조한 교실에서 미지근한 물로 가볍게 목을 축인 후 다음 수업시간 준비를 시작하려 할 때였다.

옆 반 학생이 불만 섞인 표정으로 내게 다가와 부탁했다.


“선생님, 우리 담임선생님한테 옷 좀 사라고 말해주세요. 매일 같은 옷만 입어요...”


그 담임교사는 겨울이라 검정 계열 패딩을 교복처럼 입던 20대 중반의 교사였다. 나는 선생님에게 그 반 학생이 그런 불만을 표했노라 차마 입 밖으로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런 말을 전달하는 게 예의도 아니라고 생각이 되었고, 원치 않는 쇼핑을 학생이 원한다고 매번 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출처: Unsplash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내가 대학교 3학년 교생실습을 나갔을 때였다. 우아하고 고상한 느낌의 교장선생님 한 분께서 실습생들을 대상으로 잠깐 강의를 해주셨다. 교사가 됐을 때 제일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첫 번째로 패션이라고 하셨다. “이쁜 옷 많이 사세요.”라고 다소 의외의 조언을 해주셨다.

그 당시에는 그 말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평소에도 패션에 관심 많았기에 내가 강의 중 듣고 싶은 부분만 너무 집중해서 들었나 생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10년 넘게 교직에 있으면서, 나의 패션이 생각보다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걸 실감한다.

출처: Unsplash

 교사의 패션은 때로는 수업교구가 되기도, 수업 발문의 시작점이 되기도, 그 날 미술 시간의 학생들에게 영감 소재가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담임이 패션에 신경을 쓰고 출근을 하면 학생들은 담임이 우리를 대할 때 항상 준비된 자세로 대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게 된다. 매일 검정 패딩에 부스스한 머리로 몇 시간을 수업을 하는 교사와, 항상 정돈된 손톱, 다양한 패션을 시도하는 교사가 있다면, 학생들은 분명 같은 수업이라 할 지라도 그 수업을 대하는 태도, 그 수업에 대한 인상,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초등학생들은 성인보다 시각적 요소에 더 크게 반응하고, 이러한 반응이 그들의 미적 감각, 창의력 등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 준다. 요즘 SNS에 출근룩, ootd를 공유하고 업로드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옷이 단순히 출근할 때의 옷차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패션으로 스스로에 대한 하루의 마음가짐, 준비된 나의 자세를 뜻하는 것이기도 하지 않을까?

당장의 큰 변화가 부담된다면, 작은 악세사리 하나, 나만 아는 나의 변화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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