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
그래도 네가 담임인데 학교는 가야 되지 않겠니?
부끄럽게도 위의 대화는 발령받은 후 엄마와의 실제 대화이다. 발령받은 지 몇 년이 흐르면 적응할 거라 생각했지만, 교직이 다양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한 직종이기에 여전히 수많은 인간관계를 현명하게 대처하는 건 어렵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가 사표를 쓰지 않고 출근하는 이유, 즉 교사의 장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1. 워라벨
사실 퇴근 후에는 취미나 운동 등을 할 만큼의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아서 워라벨이 확실히 보장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타 직종에 비해 ‘비교적’ 워라벨이 보장된다. 출근 시간은 이른 편이지만 그만큼 퇴근 시간도 이른 편이라서, 소소한 취미를 하거나 꾸준히 운동을 하는 등 개인 시간을 내기에는 괜찮은 편이다.
2.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
“선생님이 제 인생의 롤모델이에요” 발령받고 1년 정도가 지난 후, 직업 적성에 대한 고민을 수만 번 했을 무렵, 우리 반 아이가 내게 준 편지에 적힌 말이었다. 교직에 있으면서 회의감에 젖을 때마다, 아이들이 이렇게 툭 던지는 말들이 내게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은 책임감이 따르지만 매력적인 점이기도 하다.
3.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선
이 점은 몇 번 썼다가 지우다 다시 썼다. 사회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안 좋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어느 집단에 갔을 때, 나의 직업을 알게 되면 비교적 안심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타지에 발령받은 지 얼마 안 되어 원룸을 구했을 때, 집주인이 내가 교직에 있다는 걸 알고는 엄청 안심하며 호의적으로 대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교사에 대한 시선이 그래도 ‘사회적 규범에서 일탈하지 않고 비교적 모범적인 집단’이라는 시선이 있어서이지 않을까 싶다.
4. 어찌 되었던 주기적인 근무환경 이동
직장 생활하면서 직장 동료나 상사가 모두 나와 잘 맞고, 모두 나를 좋아할 확률은 거의 0이다. 하지만 이렇게 잘 안 맞는 상사나 동료를 만나게 되어도 일단 주기적으로 학교를 이동하는 시스템이라 영원히 그 사람을 보지는 않아도 된다. 교사들은 지역별로 정해진 주기마다(4년 또는 5년) 학교를 옮긴다. 적응할만하면 옮겨야 하고, 새로운 학교에 다시 적응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불편함이 있지만, 이런 점이 있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
5. 비교적 온화한 집단에서 근무
10년 조금 넘게 교직이라는 곳에 있으면서 정말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났다.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유형도 있었지만, 헤어지는 게 아쉽고, 정말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사회에는 정말 상상하기 힘든 여러 유형의 사람들이 있을 것을 감안했을 때, ‘비교적’ 온화하고 인정적인 곳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직업 자체가 누군가를 보살피고 공감해주는 직업이라서, 비록 나와 잘 안 맞는 유형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아주 최악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경우는 아직 없었다는 면에서 다행이다.
모든 점들이 그렇듯 위에 나열한 장점들은 모두 단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단점보다는 장점에 가깝다 여기는 점들을 써보았다. 아직도 ‘교직’이라는 곳에 적응하는 중이고, 힘들 때가 많지만, ‘교직’만이 가지는 장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모든 직장인들에게 마찬가지이겠지만, 어쩌면 교직이라는 곳은 나에게 애증의 공간이다.
난 가르치고 있지만, 사실은 매일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