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눈으로 지새기 싫다면, 이것도괜찮아요
커피를 기호식품으로 생각하는 시대가 도래했고 본인의 입맛대로 커피를 골라먹는 때가 되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기호식품전에 한가지의 강력한 기능을 가진 식품으로써의 수요도 여전히 많은 편이다. 여기서 '기능 식품'으로써의 커피에 대한 수요는 바꿔말하면, '카페인'에 대한 수요라고도 볼 수 있다. 아침에 감기는 눈을 겨우 뜨고 문을 나서서, 처음으로 가는 곳이 커피숍인 것은, 커피로 인한 효과를 오랜시간 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이다. 갓 내린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한모금 마셨을 때 오는 설명할 수 없는 충족감과 상쾌함이 직장인들에게는 그 날 오전업무를 시작할 수 있는 힘이되어 준다.
커피라는 단어는 에티오피아의 '힘을 내다'라는 뜻의 'Kaffa'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커피 성분속의 화학물질을 연구하다 발견했기 때문에 단어 'Coffee'에 접미사 '-ine'을 붙혀 카페인이 되었다는 말도 있다. 여러가지 많은 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피로감을 덜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몸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니 착각하진 말자. 단지 몸에서 보내는 피로하다는 신호를 가로채, 못 느끼게 하는 것이다. 동시에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는 효과도 가지고 있기때문에, 효과가 강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조금만 먹어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밤을 뜬눈으로 지새게 하는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화학자들은 매력적인 커피의 맛은 포기하지 않으면서, 잠못이루게 하는 카페인만 제거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성공적으로 카페인을 제거한 커피인 디카페인 커피가 탄생했다.
디카페인 커피는 어떻게 만들까?
우선 밝힐 것은, 디카페인이라고 해서 카페인이 100% 제거된 것은 아니다. USDA에 따르면 97%만 제거되도 디카페인 커피로 볼수있다. 12온즈 컵에 일반적으로 180mg의 카페인이 들어있다면 디카페인 커피는 약 5.4mg의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는 것이다.
(USDA : United States Department of Agriculture)
디카페인 처리는 항상 생두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카페인은 제거하되 커피 안에 다른 성분들은 유지시키는 것이다. 밝혀진 커피의 성분만 해도 1000여가지가 넘으니 결코 쉽지 않은 작업임에는 분명하다.
카페인은 물에 잘 녹는 성질이 있으므로 디카페인 공정에는 어떤 식으로든 물이 쓰인다. 그러나 물 그 자체로는 디카페인 처리를 할 수는 없다. 물이 용매제로 쓰이면 설탕과 단백질들도 제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페인만을 제거하기위한 두번째 처리로 메틸 염화물, 활성 탄소 또는 에틸 아세테이트 같은 용매제를 사용한다. 이러한 용매제들은 이 처리과정의 속도를 높여주고 다른 성분들이 씻겨 내려가는 효과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모두들 사랑하는 카페인을 언제부터 제거하려고 노력하게 된걸까? 그 시작은 독일이다. 1903년 독일의 커피상, 루드비히 로젤리우스이다. 그는 디카페인 처리를 최초로 성공시켜 특허를 받았다. 카페인을 과하게 섭취하면 좋지 않다고 믿은 그는 아버지의 건강을 염려해 이를 개발하게 되었다. 먼저 소금물에 커피를 찐 후 벤젠을 용매제로 사용하여 카페인을 제거하였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기발한 방법이었지만, 벤젠에 발암성분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지금은 벤젠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럼 지금은?
오늘날 디카페인 처리방식은 크게 2가지로 나눈다. 용매제를 사용하는 방식과, 용매제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
용매제를 사용하는 방식
화학 용매제의 도움으로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생두에 용매제가 직접적으로 닿느냐, 아니냐로 나뉜다.
용매제를 사용하는 첫번째 방법으로는, 생두를 30분간 쪄서 조직을 열어준 뒤. 화학 용매제로 약 10시간 가량 헹구어주어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카페인을 뺏어간 용매제들을 버리고 생두는 쪄서 남은 잔류 용매제들을 제거한다. 이 경우 원두에 용매제가 직접적으로 닿는다. 미국 FDA에서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되는 물질 목록에 포함되있을 만큼 인체에 그렇게 무해하진 않고, 또 로스팅단계를 지나면서 혹여 남아있을 잔여 물질도 모두 휘발되므로 먹을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용하는 화학 용매제로는 에틸아세테이트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 다른 이름으로는 내추럴 디카페인 방식, 그리고 에틸아세테이트 방식이라고도 불린다.
두 번째 방법이다. 생두를 끓는 물에 몇 시간 동안 담궈놓으면 카페인 뿐만 아니라 다른 맛성분과 오일 성분들도 빠져나온다. 이 물을 다른 탱크로옮겨서 긴 시간동안 화학 용매제를 통해 카페인 성분을 결합시킨 뒤, 열을 가해 함께 증발시킨다. 마지막으로 생두들은 카페인이 제거된 물에 담겨지고 카페인이 빠져나가고 남은 맛성분을 흡수하게 된다.
이 방식은 유럽, 특히 독일에서 많이 사용하며 흔히 염화 메틸렌을 주로 사용한다. 유럽방식이라고도 불린다.
최근 떠오르는 밥법으로는 초임계 이산화탄소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특정한 온도와 압력(31도, 73 기압)에서 만들어진 초임계상태에서의 이산화탄소는 마치 액체의 특성을 나타낸다. 이를 초임계 유체라고 하는데, 다양한 물질을 녹일 수 있는 용매로 사용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는 다른 기체와는 달리 용매로 사용해도 독성이 거의 없고, 추출되는 화학물질과 분해 반응도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더구나 생두에 남아있던 이산화탄소는 로스팅과정 혹시 실온에서 기체로 증발되어 사라진다. 높은 압력에서 초임계 이산화탄소를 주입하여 카페인성분을 녹인뒤, 다른 컨테이너로 옮겨 이산화 탄소를 기체상태로 되돌아오게 하면 카페인 성분만 남게 된다. 카페인이 제거된 이산화탄소는 다음을 위해 재사용한다.
용매제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
첫번째로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SWP)가 있다.
화학제를 사용하지 않고 물을 이용하는 방식은 1933년 스위스에서 처음 시도되어 1980년 COFFEX SA에 의하여 상용화될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그 이후 1988년 이 방식이 시장에 소개되어 캐나다 밴쿠버에 시설을 갖추게 되었다.스위스 워터 회사의 디카페인 시설 공정은 유일하게 유기농인증과 코셔 인증(식품 안전성 인증의 하나)도 받았다. 이 방식은 이전의 방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카페인을 추출하기 위해 화학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주요한 원리는 용해도와 삼투압이다.
먼저 카페인을 녹이기 위하여 뜨거운 물에 생두를 담근다. 이 때 이 물을 걸러내 활성화탄소 필터를 통과한다. 이 필터는 큰 입자인 카페인을 잡아내고 그보다 작은 입자구조를 가진 오일과 맛 성분은 흘려 보낸다.그리하여 탱크에 남겨진 생두들은 결론적으로 카페인도 없지만 맛성분도 없다. 맛성분과 카페인이 제거된 처음의 생두는 폐기처리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카페인이 제거된 맛성분만 녹아들어있는 그 물이다. 이 물은 커피의 카페인을 제거하는데 본격적으로 재사용된다.
물에는 이미 맛 성분들이 이미 물속에 용해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 투입된 생두의 맛성분들은 이 물에 용해되지 않는다. 오직 카페인만 물에 용해된다. 그 결과 새로 투입된 생두는 맛성분을 많이 잃지 않으면서 카페인만 제거할수 있게 되는 것이다.이 방식을 사용한 커피들은 대부분 스위스워터 라는 라벨이 붙고 대부분 유기농 커피의 디카페인 처리에 사용된다.
친환경적인 스위스워터프로세스를 사용한 커피들은 카페인이 99.9% 제거된다.
두 번째 소개할 방법은, 마운틴워터프로세스이다. 산로케(Sanroke)라는 멕시코회사에서 개발한 방식으로 스위스워터프로세스와 구별하기 위해 마운틴워터프로세스라 이름지었다. 기존의 스위스워터프로세스 방식과 거의 흡사하나 멕시코의 Pico de Orizaba 산의 빙하수를 사용한다. 생두를 물에 담구어 두었다가 특별한 여과제를 사용해서 카페인성분만 빼낸다. 카페인의 성분은 99.9%제거되어 다시 말려진다. 이 디카페인 커피는 SWP와 공정과정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맛은 전혀 다르다. 맛이 굉장히 뛰어나, 카페인이 들어있는 일반 커피와의 구별이 힘들정도이다.
그럼 나온 카페인은 어디다 사용하나요?
추출된 카페인은 콜라공장, 다이어트 알약과 두통약을 만드는 제약회사, 초콜릿공장, 아이스크림공장, 청량음료공장 등으로 보내어진다. 제거대상이었던 카페인이 또 다른곳에선 매우 유용하게 쓰일수도 있다는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디카페인 커피의 수요는 우리나라에서도 매해 증가하고 있다. 기술은 갈수록 발전해, 이젠 스페셜티 등급의 커피도 디카페인 가공처리를 하기도 한다. 그만큼 카페인이 함유된 원두와의 맛차이가 좁혀지고 있다. 커피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이 생긴 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원두를 부담없이 즐기는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