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일기를 올해부터 쓰기 시작했으니까 어느덧 10개월에 접어들고 있다. 성장메이트와 함께 시작하지 않았으면 자리 잡지 못한 습관이었음을 고백하며 모두에게 감사한다. 처음에 리더님이 3줄 감사 일기를 쓰는 것을 함께 해보자고 권해주었는데 이게 과연 될까 싶었다. '감사하게 살면 되지 그것을 굳이 적어야 하나.' 예전에 교회에서 감사일기를 써보라고 노트를 만들어 주셨는데 한 줄도 못썼다. 그래서 그 노트를 일부러 찾았다. 그리고 (당연히) 여전히 비어있는 노트에 적기 시작했다. '이 노트에 딱 100일 동안만 적어보자.' 이 마음으로 시작했다.
의식적으로 감사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를 돌아보면서 '000 해서 감사합니다'라고 기록했다. 어느 날은 3줄 감사일기를 쓰려고 하는데 별일도 없고 별 마음도 없고 무엇을 감사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어서 다른 성장메이트의 감사를 읽었다. 그렇게 감사 일기 쓰는 시간을 버텨나가며 썼던 것 같다. 곰은 100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었는데 나는 100일 감사일기를 쓰고 새 노트를 샀다. 100일은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었다. 우리의 날이 그렇다. 지나고 나면 그렇게 빠를 수가 없다. 돌아보니 리더님은 감사일기를 열심히 쓰고 있는 나를 많이 진심을 담아 칭찬해 주셨는데 정작 나는 나를 칭찬하지 않았던 것 같다. 무감했던 것 같다. 혹은 별거 아니다고 생각했던지. 왜 그랬을까?
감사가 그런 것 같다. 도처에 널려있는데 눈여겨보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다. 마치 글감이 사방에 있는데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래도 한 번은 (혹은 두 번은) 감사를 절실히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만나는 것 같다. 바로 결핍을 통해서이다. 최근에 허리디스크에 문제가 생겼다. (어제 일이지만) 일어나다가 디스크 쪽이 번쩍하는 느낌이 들더니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오늘 병원에 가서 초음파를 보니 디스크는 정상인보다 꽤 협착되어 있었고 디스크 주변에 염증이 상당함을 확인했다. 급성이 아니라 그동안 축척된 문제들이 텨젔고 걷지도 움직이지도 못한 아픔으로 인지할 수 있었다.
남편이 안아서 일으켜주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잘못 움직이면 통증으로 휙 넘어갔다. 어떻게 아침에 멀쩡하기 일어나서 거실과 주방을 돌아다니면서 놀던 사람이 이럴 수 있는가. 스스로 일어나고 앉고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살림을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적성이 안 맞는다면서 마지못해했다. 밥을 할 수 있는 것이 쌀을 씻고 고기를 볶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요리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감사해야 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문제가 된 허리 상황과 허리 치료 계획을 들으면서도 더 나이 들어서 발견되지 않고 지금 발견된 것에 감사했다. (진짜다.) 치료 방법이 있는 것에 감사했고 무엇보다 가까운 곳이 병원이 있어서 감사했다. <성장할 수 있는 용기>에 보면 하루동안 인간이 하는 생각은70~80 퍼센트가 부정적 생각이고20~30 퍼센트 정도가 긍정적인 생각이라고 한다. 내 생각 중 긍정은 1/4인 것이다. 어릴 때에는 허리가 아픈 것에 대해 매우 불안하고 감정이 요동쳤다. 삶의 질이 떨어지느니 실비가 어쩌니 하면서 걱정하고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1/4의 긍정이 나를 위로해 주는 것을 느꼈다. '그 정도면 다행이야.' 의도적으로 감사하려고 했던 습관이 필요할 때 에너지를 발휘했다.
감사하는 것은 정말 소중하고 큰 능력이다. 성경 데살로니가 전서 5장 16절에서 18절 말씀이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늘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질문하지만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항상 기뻐하면 되고 쉬지 말고 기도하고, 매일 감사하면 된다. 하나님의 뜻은 왠지 너무 높고 삶에서 많은 것을 요구할 것 같지만 지극히 삶에서 충만한 기쁨, 간구, 감사를 발견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예전엔 하루 종일 앉아도 한 단락 완성하고 한숨 쉬고 했는데 허리가 아프니 오래 앉아 있을 수 없다. 걱정해 주는 친한 작가님 권유대로 30분 타이머 맞추고 쓰고 있다. 10분 서서 걷다가 이제 또 30분 세팅한다. 이런 마음 또한 감사하고 귀해서 울컥하게 된다. 어쨌든 감사하며 살면 삶이 한결 심플해지고 편해진다. 삶을 감사하는 것 너무 별거 아니지만 너무 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