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내비게이션을 켜고 목적지를 입력한다. 친절한 내비가 '59명이 이곳으로 향하고 있습니다.'라고 알려준다. 우리 부부처럼 오픈런을 두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니. 저 59명엔 우리가 포함된 걸까 궁금해하면서 서둘러 출발한다. 왜 주말 아침부터 이렇게 빵을 사겠다고 애쓰는 것일까. 부담스럽지 않게 성의를 표할 수 있는 선물을 찾다가 이 빵을 선택하게 되었다. 은행동을 지나칠 때면 꼬불꼬불 길게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본다. 비록 대전 출신은 아니지만 대전의 명물 성삼당의 마인드를 존경한다. 서울에 분점을 내지 않는 것도, 가격을 비싸게 받지 않는 것도 멋이 있다. 낭만적인 기업이다. 낭만이라고 말하기까지 겪은 여러 우여곡절을 나무위키에서 읽으니 지금의 명성이 그저 되는 게 아닌 듯싶다.
타 지역에 지인들에게 성심당 빵이면 분명 좋아할 것이다. 어제저녁에 그 많은 빵 중에 무엇을 살지도 생각해 놨다. '삼총사빵세트 8개, 형제세트 2개 이렇게 주문해야지.' 오픈하고 10분이 지나서 도착했는데 다행히 줄이 밖으로 서 있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남편에게 주차를 맡기고 빵집으로 돌진을 한다. '얏호, 성심당이닷.' 상기된 마음으로 들어섰다. 빵집이 이렇게 붐빌 수가 있는지가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 않았다. 원하는 빵의 정보를 알고 가지 않는 이상 내가 찬찬히 구경하면서 빵을 고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직원들에게 묻고 도움을 받아 세트를 구입해서 낑낑거리면서 들고 나왔다. 9시 이전에는 부추빵이 없어서 삼총사세트를 사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구입을 완료하고 커피를 마시니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이렇게 지인들의 선물을 챙기는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들은 그저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대상인 것이다. 아무 연고 없는 지역에서 만나 삶을 나누고 인연이 된 그들이 사실 나에겐 선물이다. 외롭고 혼자라고 느낄 때 어디에 있든 그곳에 나를 위한 만남이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어떠한 모습으로든 만남이 생긴다. 아이 친구 엄마일 수 있고, 모임에서 만날 수 있고, 운동하면서 혹은 길을 걷다가도 만날 수 있다. 그것을 알기까지 그렇게 낯을 가렸나 보다. 비록 아픔과 상처도 있었지만 그 시간을 이겨낼 수 있는 만남 또한 존재했다. 그들이 있었기에 위로를 받고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렇게 사랑받았던 추억이 지금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마음밭이 된다. 온 가족이 주말 힘들게 먼 거리에 지인들을 만나러 갔는데 아이들이 그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반가움, 사랑, 위로, 감사, 기쁨등의 설명할 수 없는 무형의 소중한 것들이 교류되는 실감을 말이다. 백번 말해도 알 수 없지만 느끼면 잊을 수 없는 그것 말이다. 아이들이 그로 인해 넉넉한 마음으로 나누며 살았으면 좋겠다. 관계된 이들과 사랑하며 감사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감사함의 공간에 살며 그로 인해 적어도 백만 번은 보답을 받았다.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