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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에이드 Oct 18. 2024

시월의 냄새

가을비 그리고 가을밤 

시월은 시월만의 정서가 있다. 축축하지 않은 살캉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린다. 여름 내 높이 묶여 있던 머리카락도 늘어뜨리는 해방을 주었다. 쳐다보지 못한 열기로 가득 찬 희뿌연 하늘이 높고 파란 하늘도 쾌청하다. 파란 도화지 같은 하늘에 상상한 대로 띄워지는 구름이 하늘에 마음껏 그려진다. 가로수 은행나무 열매가 폭탄처럼 떨어져 폴짝폴짝 피해 본다. 피해봐도 이미 밟았다. 당신이 은행 열매를 피했을지는 몰라도 그 큽큽한 냄새를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는 가을 냄새이다. 무더위가 늦게 물러간 만큼 늦어지는 단풍이 아쉽다. 올해 단풍이 늦어지는 이유는 길었던 고온으로 잎들에서 엽록소가 늦게 빠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단풍을 느끼기엔 가을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다. 찰나의 가을을 촉각을 세워 느끼지 않으면 이미 지났다는 것을 비 오는 오늘 깨달았다. 



가을비가 내린다. 흙, 물, 돌, 이끼등 온갖 냄새가 자연의 날 것을 내세운다. 비 오는 날 특유의 냄새는 기분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지지만 대체로 정겹다. 대기에 가득 찬 물의 기운과 대지의 흙과 풀, 돌이 만나서 품어 나는 그 비 냄새가 후각을 깨운다. (갑자기 땅, 불, 바람, 물, 마음 캡틴 플레닛이 떠오르는데... 그 시절 캡틴 플레닛이...) 그냥 익숙하다. 이 냄새는 머리가 아닌 몸이 기억하고 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필연이라고 느껴질 정도이다. 내리다 멈추다 하던 비가 세차게 몰아친다. 물 웅덩이를 피해 우산을 붙들고 바삐 걸어서 집으로 향한다. 비가 많이 내린다. 비가 많이 내렸다. 



비가 와서 가을이 짧은 시간을 더 느껴졌다. 우리에겐 추위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단풍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아쉬움이 올해는 더 올라온다. 시월이 열흘 남아있다. 의식하니 남은 시간을 더 기대하게 한다. 밤이 내리고 비가 계속 오나 보다. 빗방울이 창문을 계속 두드리는 소리와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밤이다. 글을 쓰는 시간을 잠시 가져본다. 감정이 차분해지고 글을 써 내려갈 만큼의 적당한 고요함이 흐른다. 마음에 있는 산란한 무형의 것들이 분명한 유형의 글로 표현되는 매직을 소망한다. 잡동사니 가득한 나의 창고 안에서 척척 꺼내지는 것들이 실감한 매직이 되는 노력을 쥐어짜본다. 이 밤 또 하루키구나. 하루키 아저씨가 담은 그의 생각은 늙지도 않고 글로 생생하게 살아서 생각하게 한다. 밤은 깊어지고 비둘기는 여직 비둘기다. 장미가 될 때까지... 가을밤이 매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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