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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에이드 Dec 27. 2023

기초 학력 강사를 아시나요

이사하고 새로운 환경, 새로운 초등학교에 적응이 걱정된 나는 학교 홈페이지를 이곳저곳 클릭하며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기초학력강사’ 공고를 보게 되었고 이 일을 지원했다. 학교에서 일해 본 경험도 없고 도대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선생님들은 얼마나 압박 면접을 하시는지 멘털이 탈탈 털려서 면접장을 나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었는데 3개의 학교에서 지금까지 4년 동안 하고 있다. 이 일을 이렇게 계속하게 될 줄 몰랐다.    


  

기초학력 (협력) 강사, 기초학력 튜터, 기초학력 도우미라 불리는 이들은 ‘학생들의 학교 생활적응을 돕고 기초학력 부진 해소와 학업 성취도 향상을 위해 교육과 수업 참여를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보통 1학년에서 3학년 저학년 학급과 일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해당 초등학교 예산에 따라서 근무 시간은 1주에 14시간을 넘지 않으나 학기와 방학까지 근무 일수에는 변화가 있다. 근무 형태는 크게 방과 후 기초 과목 수업과 교과 시간 협력으로 나눌 수 있다.      



처음에는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한글 수업을 하였다. 담임교사가 기초 한글 지원 사업에 대해서 학부모에게 소개를 하고 지원자를 받아서 1년 동안 진행하였다. 하루에 3~4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3 타임씩 총 10여 명의 학생들의 한글 수업을 매일 진행하였다. 입학 전 한글을 배우는 경우 보통은 통문자로 한글과 친해진다. ‘가’하면 이미 학생들은 듣고 보았기 때문에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ㄱ의 이름은 기역이지만 '가'는 왜 '기역아'로 소리 나지 않지 않는지 물어보면 대답하는 학생들이 없다. 한글을 음운으로 접근하여 각 자모음, 받침의 음가를 알려주면 못 읽을 수 없고 학생들의 한글 자신감은 올라간다. 저학년이라 문법을 직접 명시하지는 않지만 명사, 조사, 동사의 활용, 형용사 등 그 의미를 풀어주어서 알려주면 2학기에는 작문도 가능하다.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을 공부한 경험이 있어서 가르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재미있었다. 매일 학습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왜 그렇게 선생님들이 압박 면접을 하였는지 현장에서 여실히 느꼈다. 모든 학습에 적극적으로 따라오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 집중하지 못하고 금세 흥미를 잃어버리는 아이, 질문은 많고 좀처럼 하려 하지 않는 아이,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든 아이, 장난치기만 하는 아이. 그럼에도 꾸준한 시간은 그들을 자라게 하고 있었다. 그걸로 만족하면서 그 시간을 잘 마친 것에 다행을 느껴야 했다. 


 

기초학력 강사는 2월경에 학기 시작하기 전에 면접을 본다. 학교에서 교육청 예산을 신청해서 하는 사업이며 1년 계약 근로자이다. 학교에 예산이 없으면 채용 공고가 없기 때문에 다른 학교에서 근무할 가능성도 많다. 하지만 언제나 면접이 있고 면접을 지나야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같다. 처음에는 넣을 이력이 없었는데 경력이 쌓이니 면접이 조금씩 쉬워지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경력으로 말하는 무엇인가가 있나 보다. 올해는 3학년 교실 교과 협력이 주 업무였다. 교실에 들어간다는 것은 부담이 크다. 담임 선생님과의 긴밀한 교류가 필요하고 학생들도 빠르게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담임 선생님의 수업에 대한 방향을 잘 찾아서 지원하려면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선생님께서 특별히 관심과 개별 지도가 필요한 아이들을 미리 언급해 주셨고 조금 지나니 그들 중심으로 선생님의 수업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교실 안에서 필요한 아이들에게 밀착 지원을 하다 보면 목소리가 커지게 되고 또 학습보다는 그 외의 것들에 대한 교정이 필요한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정말이지 참 많은 일이 일어나는 곳이 교실이다.) 이를테면 옆 친구를 불편하게 하거나 수업 중에도 교실을 돌아다니려고 일어서거나 딴짓을 하며 수업을 들으려 하지 않는 태도들 말이다. 또한 이런 것들에 대한 담임 선생님과 나와의 견해차가 생길 수가 있다. 다수를 위해 제지하지 않을 수도 있고 교정보다는 달래는 식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점에 있어서 담임 선생님은 확고하셨다. 공동체 생활은 나와 남을 살펴야 하고 내가 하고 싶어도 수업 시간은 서로 함께 하는 시간이기에 공동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 나도 그 점에 있어서 온전히 동의한다. 공동의 공간은 약속된 것을 지키는 힘으로 유지되는 것이기에 기본적인 교실 예절을 지킬 수 있게 애를 썼다.      



초등학교는 정말이지 1년 사이에 많이 변한다. 학기 초에 비하면 아이들이 성장한 것이 많이 보이는 게 저학년이라 더 그런 거 같다. 내가 맡았던 아이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아무쪼록 내년에도 계속 발전해야 할 텐데...' 마지막 날은 아쉬움과 고마움과 여러 가지 감정이 올라와서 여운이 남았다. 다시 보게 될지 모르겠지만 애잔한 마음에 아이들과 빠른 인사를 하고 올해를 마무리 지었다. 올해 같이 교실에서 힘든 일이 많이 일어난 해에 이 정도 안전하게 잘 마치게 된 게 다행이다 싶다. 내가 하는 이 일도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적절하게 사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우연히 시작한 일이 이렇게 왔는데 내년에도 계속하게 될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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