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끝을 잡고
연말이라 깨달음이 생기는지 그런 상황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알겠다. 그때는 몰랐는데 돌아보니 감사였다는 것을. 2년이 지나서 비로고 할 수 있는 고백이다. 불편했고 어려웠고 불평했다. 왜 여기에서 이런 일을 겪고 있는지 억울했다. 당시 매일같이 남편에게 토로했던 불만족이 다른 곳에서 충족되고 있었다면 만족의 요건이 되었을까. 그렇지 못했을 것 같다. 인생이란 늘 늦게 꺠닫지만 그래도 깨달은 것이 어딘가. 뭐 하나 버릴 경험이 없고 다 과정인 것이다. 완벽한 선택과 완벽한 과정이란 없다는 것을.
올해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좋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놀면 뭐 하나 책이라도 읽어야지'라는 마음도 있었다. 그럼에도 책 읽고 간단히 써보고 하는 것들이 꽤 나에게 유익했던 것 같다. 읽고 쓰는 게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적도 있었다. 의미를 부여하기엔 티도 안 나고 지지부진해 보였는데 확실히 읽고 쓰는 능력은 어떻게도 삶에 도움이 된다. 돈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지만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올해 그렇게 읽으려고 했던 고전도 확실히 나쁘지 않았다. 일 년 해 보니 정말 좋은 습관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면서 진화시킬 방법을 찾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렇게 성장 모임에서 한 달을 의미 있게 보내고 한 달을 돌아보며 나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습관을 배운 것도 나에게 행운이었다. 한 달을 정말 빠르다. 지나 놓고 보면 더 빠르고 잠시 멈추어 생각해 볼 여유는 더더욱이 없다. 다른 우선순위에 밀리고 체력에 밀려서 그냥저냥 떠 내려가는 것 같다. 또 이렇다 하게 특별한 일도 없는 것 같다. 매일 반복되고 이렇다 할 성과도 없다. 그래서 더 사소한 기쁨을 발견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그렇게라도 발견하지 못하면 일상에 묻혀 버리니까.
11월은 규칙적인 나의 일상에 변주가 있었다. 그래서 운동도 빠지기도 하고 피곤하게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주로 거리의 문제이다. 먼 곳에 조문을 다녀오고 또 다른 먼 곳에 취임 축하를 다녀왔다. 다음 주에 하나 더 있다. 나의 일상에 방해를 받아도 직접 얼굴 보고 마음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함께 웃고 함께 울을 수 있는 지인이 있음에 감사하다. '내 주위에 불행한 사람이 있는 한 우리는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얼마 전에 읽은 문형배 에세이가 생각난다. 기꺼이 함께 하는 것. 모든 관계가 그렇지 않아서 정말 소중한 것 같다.
11월의 책
<<톰 소여의 모험>>을 읽었다. 어쩌면 제대로 처음 읽은 듯하다. 그때 아이들이 놀이는 지금으로선 상상도 못 할 듯. 놀이터를 벗어나 한계가 없는 그들의 세계를 보니 어른이 나도 조마조마하다. 나도 지금의 문화 안에서 안전을 추구하며 살았나 보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도 재미있게 읽었다. 1월부터 고전을 뿌시려고 했는데 정말 잘한 일이다. 중남미문학의 마법적 사실주의. 기억하겠어.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같은 책은 소장해서 정말 좋다. 가까이 두고 펴보면 마음의 길이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
*11월의 문장
"넌 성공이 뭐라고 생각하니?" "사랑하는 것"
"자신에게 친절한 게 최고의 친절이야."
"사랑은 네가 특별하길 요구하지 않아."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11월의 공연, 전시, 영화, 드라마, 행사 : 오페라 '레테'를 남편과 봤는데 성악가들이 너무 힘들 것 같다. 꽉 찬 소리와 호흡을 들으니 보통 에너지가 아님을 느낀다.
*11월의 포토
상단 이미지 (교회 가는 길) "어, 일주일 만에 낙엽이 말라가네." "다음 주면 다 떨어지겠다." 이리저리 은행 열매 폭탄을 피해서 교회에 걸어간다.
*11월의 소비
콜라겐 팩. 아침에 일어나서 얼굴이 건조해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선물 받았던 콜라겐 팩이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주문했다. 촉촉한 아침이 너무 좋다.
*11월의 음식
교회 식당에서 먹은 무 조림. 싸주셔서 집에 와서 먹었는데 그 맛이 아니다. 그때 그 순간 맛있게 먹었나 보다.
출처: 김신지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인용: 여름 작가님 브런치
1. 25년 나의 목표는? 재미있게 균형 잡힌 일상
2. 11월의 확언: 나는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창조한다.
3. 지난 한 달간 내가 잘한 것은 무엇인가요? 만남
4. 지난 한 달간 아쉬운 부분은 무엇인가? 체력 관리
5. 11월에 배우고 성장한 것은 무엇인가요? 지금 감사할 이유가 있다, 혼자보다 함께가 필요하다.
6. 내게 기쁨과 만족을 주었던 건 무엇인가요? 기도하려고 할 때
7. 다가올 한 달은 어떻게 살아보고 싶으신가요? 딱히 목표의식이 안 떠오르는데 평범하게 잘 지내고 싶다.
출처: 웰니스 코칭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