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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에이드 May 20. 2024

엄마, 안아 주세요

"얘들아, 일어나. 굿모닝"



월요일 아침이다. 아이들을 깨우기까지  출근 준비를 마친다. 아침 시간은 분 단위로 소중하다. 침대 정리하고 화장실 가서 씻고 드라이하고 화장하고 해야 할 일들을 마치는데 짧게 분들을 해 내지 못하면 밀리는 기분이다. 아이들이 오늘따라 늦게 일어난다. 아이들 일어나기 전까지 간단한 식사를 마치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도 밥은 앉아서 먹고 싶은 나만의 사치라 하겠다. 이 와중에 왜 월요일 아침부터 남편은 머리 염색을 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미리 좀 하지.' 아니나 다를까. 남편의 머리가 갈색이다. 염색약을 잘못 봤다나. "일단 식사하고 출근 준비하셔요." 시간이 없네. 요즘 나도 자꾸 늦잠을 자서 괜히 아침은 요란한 기분이다. 



아들을 깨우고 거실과 주변을 정리한다. 후다닥 딸 교복을 방으로 가져다준다. 자연 건조 시키려고 베란다에 널어 두었는데 딱 알맞게 잘 말랐다. '입으면 기분이 좋겠다.' 그런데 언제 일어날지. 지금 일어나도 늦겠다. 다 준비하고 나서 오는 여유를 좋아하지만 사춘기 시기에 쏟아지는 아침잠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나도 그 시절 그랬으니깐.



아들이 부스스 머리카락을 다 띄우고 일어났다. 한눈에도 잘 잔 것 같은 모양새이다. 머리 정리하려면 물 좀 많이 묻혀야겠다(감아야 하나). "얼른 머리 정리하고 옷 갈아입고 나와서 아침 먹어." 아차 했다. 아들에게 디렉션을 많이 주면 하나도 못하는데... 자매들 사이에서 자라고 아들을 키워서 그런지 남자 애들의 세계가 이해가 안 가는 게 있다(많다). 간단한 아침 루틴인데도 왜 매번 새롭다는 듯 저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에 서서 한다는 말이   



"엄마, 안아 주세요." 



역시 그러했다. 왜 듣지도 않을 말을 하는지. 그건 잔소리인데... 아들의 귀엔 하나도 접수되지 않았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말한다. 매번 그랬다. "어. 그래. 잘 잤어? 사랑해." 아침은 새로운 마음을 갈아 끼우는 느낌을 준다. 짜증이나 화가 올라오는 것을 자연적으로 막는 정화가 일어난다. 게다가 오늘은 월요일이 아닌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런 모든 상황을 떠나서 안아달라고 하는 아들의 말 자체에 와르르 행복이 나를 덮었다. 마음이 몽글몽글하다. '아직 내가 안아주는 게 좋은가 봐.' 혼자 감동하고 난리이다. 이 순간은 흔들림 없는 나의 사랑이 전해지게 하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 몽롱한 정신에 엄마의 품을 원하는 아들에게 고마움까지 더해진다. 세상 다정한 말로 세수하라고 보낸다. 이전에 조급하게 아이를 깨우는 그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사실 아들하고 다툼과 힘겨루기가 잦아서 지치는 요즘이다. 아들의 말투와 행동에 평정심을 잃고 열이 폭발하는 엄마가 된다. 엄마도 감성과 이성이 존재해서 잠결의 한 마디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데 말이다. 어쨌든 백번 속을 뒤집어 놔도 그 한 번이 나에게 충분하게 충만하게 해 줬으니깐 됐다. 앞으로도 그 순간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니 아들아 너도 제발 눈치 좀 키워라. 넌 할 수 있다. 넌 충분히 엄마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단다. 그렇게 오늘도 하교하고 집에 오는 아들을 위해 닭봉을 재운다. "삐삐삐삐 삑~" 그가 오는 소리. 그 예쁜 녀석이 왔다.



눈물 나게 반가운 순간들을 놓치지 마. 
행복이란 결국 작은 기쁨들이 모이고 모여 이루어지는 거니까. 

-미키는 늘 너의 이야기를 들어줄 거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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