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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에이드 May 21. 2024

야구가 좋은데 좋아서 문제야

에너지 한정의 법칙 

"엄마, ** 엄마가 차를 태워주셨잖아. 그런데 ** 엄마도 야구를 좋아하시더라고." 

"그래? ** 엄마는 어느 팀이시래?"

"그건 모르겠어. 득점이 많이 났다고 엄청 흥분하시면서 얘기하셨어."

"한화군. (요즘 주변에 한화팬들이 많으시네)." 



어제도 <최강야구> 보고 늦게 잤다. 기본적으로 스포츠를 좋아한다. 하는 것보다 보는 것을 말이다. 애초에 예체능 중에 '체'를 포기한 몸을 가지고 있어서 운동을 잘하는 사람에 대한 '존경'이 심한 편이다. 교복을 입고 다녔던 학창 시절 여름에는 야구를 좋아하고 겨울에는 농구를 좋아했다. "딸 하나는 농구 선수를 좋아하고 다른 하나는 가수를 좋아하고..." 친정 엄마의 한탄에도 나는 연예인보다 좋아하는 선수들을 경기를 보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던 것 같다. 그러다 결혼하고 애 키우다 보니 그때의 모습은 다 날아갔지 뭐. 추억 저 어딘가로. 



그런 나를 이끌어낸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2023년 LG 트윈스 우승이다. 무려 29년이다. 29년 만에 우승. 미안하지만 시즌 내 다 챙겨보진 못했다. 당신들의 여정을 함께 하지 못한 건 그 시절 LG 팬으로서 미안하다. 10년의 긴 암흑의 시간도 함께 하지 못했다. (하지만 소식은 듣고 있었다.) 나의 시계는 서용빈, 김재현, 유지현, 송구홍, 이상훈 멋진 오빠들이 있었던 그때에 서 있었으니깐. 지금 그 오빠들은 구단주, 감독, 해설위원에서 다른 사람같이 볼 수 있으니 뭐 딱히 할 말이 없다. 시간이 그리 지났으니...

twinsfan 유튜브 화면 캡처 


LG 우승의 주역들을 보니 참 어리고 푸르다. 젊다. 작년 한국시리즈 9회 초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고우석 선수가 피칭하는 것을 보는데 꿈인가 싶었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얼마나 벅차던지. 또 살다 보니 그런 경험도 하게 된다. 날라리 팬이지만 팬심이라는 것이 그런가 보다. 덕후, 덕질, 팬덤을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저마다 자기만의 그저 좋아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은 삶을 더 풍성하고 만족하게 하는 건 팩트이다. 또 그런 사람들을 옆에서 보고 있는 것도 좋은 에너지를 준다. 음악, 영화, 드라마, 아이돌, 게임, 스포츠, 옷 등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의 힘이 삶을 더 생기 있게 하는 데는 전 세대 공통이지 않을까.  



문제는 올해 2024 시즌이 시작되었다는 것이고, 티빙에서 중계를 매일같이 한다는 것이고, 나는 안 볼 수도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접근이 좋다는 것도 한 몫한다. 스마트폰만 켜면 되니깐.) 꼭 내가 안 볼 때 만루 홈런 치고, 시간이 나서 들어가서 보다가 나오면 그날 경기를 지고. 그러니 하이라이트라도 보게 되고. 매일 야구 체크하려니 참... 게다가 전력은 왜 분석하고 있는지. 투수 선발을 보게 되고, 선수들 컨디션은 왜 체크하냔 말이다. (남편 컨디션도 체크 안 하는데) 부진한 선수들은 안쓰럽고 잘하는 선수들은 예쁘고 김범석은 왜 이렇게 귀여운지. 



어릴 때는 몰랐다. 딱 그만큼의 열정이 얼마만큼인지. 에너지를 쪼개 쓰지 않아도 되는 나이는 그런 거 계산하지 않는다. 지금은 쪼개도 모자랄 나이이고... 어쨌든 이게 보통일이 아니다. 에너지라는 것은 어느 쪽으로 기우면 다른 한쪽은 부족해지기 마련이다. 하루에 한정된 에너지를 적절히 소비해야 하는데 야구가 들어온 자리가 제법 커버렸다. 매일 있는 경기에 무엇보다 승리와 패배가 있는 게임이다 보니 감정 관리가 안 된다. 이기면 이겨서 흥분되어 있고 지면 져서 분노가 흐른다. 일희일비는 원래 당연한 인간의 심리이다. 에잇! 나는 왜 하필 야구를 좋아해서 이 고생이란 말인가. 



"야구 보는 사람들은 왜 매번 화가 나 있어?" 

"너무 좋아해서 그래. 야구를 보면 좋아하거나 안 보거나 둘 중 하나거든." 

애초에 선을 지킨다는 것은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좋아한다는 건 균형을 깨는 것이고 마음이 기우는 것이니깐 말이다. 어쨌든 좋아하려면 더 체력관리, 에너지 관리를 잘해야겠다. 마치 맛있는 것 먹으려고 운동하는 것처럼. 어. 마침 6시 30분이네. 기다린 건 아니고 잠깐 들어가서 볼까나. (절대 서둘러 글을 마치는 것 아닙니다.)



상단 이미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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