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 - 10.12

심장내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병원은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새롭게 건물을 지을 법도 한데, 현실적으로 그 경제 부담을 떠안기는 힘들어서 그저 새 건물들을 더해 연결시켜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병원을 다니는 것이 마치 미로 같아서 길을 묻는 환자들이 많다. 나 역시 적응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날에는 익숙하지 않은 길로 다니면서 구조를 더 익혀가곤 했는데, 하루는 두 건물을 이어주는 다리와도 같은 복도를 지나쳤다. 쉼터와 같이 만들어 놓은 곳으로 벽지와 인테리어 등으로 작은 숲 속을 연상케 해 놓았다. 자리에 앉아서 조금 쉬어볼까 생각했는데, 그 새벽 시간에 나지막이 누군가가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잔뜩 깨어진 목소리로 한 소절, 한 소절. 그리고 한 사내는 묵묵히 그 옆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 부르는 것이었을지, 죽음이 두려워 스스로를 달래고 있는 것이었는지. 그 고요함 때문이었는지 잠시 넣어두었던 인간성이 불쑥 튀어나와 괜히 울컥하게 했다. 누군가의 작은 절규, 아무리 많은 치료를 진행해 본다 해도 어쩔 수 없는 것들 가운데 살아가는 우리.


생각에 더 깊이 빠지기 전에 병동에서 걸려온 전화에 현실로 순식간에 돌아왔다. 그 모든 것은 마음의 상자에 고이 넣어두고 복도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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