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 - 10.22

심장내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늘 3년 차 선생님과 두 교수님의 회진을 같이 돌고 있었는데, 오늘은 두 교수님의 회진 시간이 겹쳐서, 교수님과 단 둘이 회진을 돌게 되었다.


그래도 심장내과 파견을 온 지 몇 주가 되어 많이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환자 프레젠테이션을 혼자 하려고 검사 결과들을 보니,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지 머리가 멈추는 기분이 들었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말을 따라, 되는대로 많은 것들을 적어 발표에 참고할 수 있게 준비해 갔다. 환자의 혈압, 혈액 응고 시간, 복용 중인 약과 용량 등 하나둘씩 물어보실 것을 준비해 갔지만, 막상 교수님께서는 직접 의무기록을 검토하시더니 약 용량 조절만 부탁하신 채 환자를 보러 일어나셨다.


관상동맥 질환 환자들을 주로 보고 있었고, 오늘 회진을 혼자 참여한 교수님은 심부전 담당이셔서 조금 덜 익숙했던 것은 있었지만, 사실 심부전에 대한 지식이 많이 부족한 것도 당황했던 이유 중 하나였다. 그나마 기억에 남았던 것은 가정의학과 윗년차 선생님께서 짧게 알려주신 박출률 보전 심부전과 박출률 감소 심부전의 차이정도였다.


특히 오늘 유난히 신경을 많이 써야 했던 환자가 있었는데, 전날 관상동맥 우회로 이식술을 받았던 환자였다. 심자에 혈액을 제공하는 혈관들이 문제가 생기면 혈관을 넓혀볼 수 있겠지만, 그마저도 가능하지 않다면 결국 혈관을 이식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해당 환자는 다행히 무사히 수술을 마친 채 중환자실에서 경과를 보고 있던 분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이식된 혈관의 기능이 무너질 수 있어 며칠은 그렇게 시간마다 환자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서 중환자실에 며칠 있게 된다고.


혈액 응고의 위험을 고려하여 항응고제 용량도 범위 내로 맞춰야 했고, 심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맥박을 줄이는 약, 혈액 용량도 이뇨제로 조절해 주면서 면밀하게 환자 상태를 봐야 했고, 다행히도 조절 사항들을 윗년차에게 무사히 전달하여 그렇게 하루를 잘 보내긴 했다.


아무래도 막상 환자를 혼자 직접 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심장내과 환자들이 겪는 그 증상을 오늘에서야 크게 느껴본 것 같았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음에도 계속해서 뛰는 이 심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도 너무 공포스러웠고, 그것에 맞춰 치료를 진행하여도 언제든 문제가 재발할 수 있는 그런 아슬아슬한 곳이 심장내과임을 느끼게 되었다.


많이 배운 것은 좋았지만, 이런 부담을 매일 껴안고 살며 일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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