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파견
유독 말이 많던 해당 병원의 산부인과 파견이 시작되었다. 교수님과 전공의 외에도 입원전담의를 고용하여 진료를 이어가고 있는데, 그중 한 분 때문에 동기 전공의가 연초부터 일을 그만뒀던 일이 있었다. 들리던 이야기에 의하면 해당 입전의 선생님이 괜한 걸로 파견 나가있던 동기 전공의를 무척이나 괴롭혔고, 이렇게까지 고생을 하면서 가정의학과 수련을 받고 싶지 않다 하여 그만뒀었다고 한다. 해당 선생님은 수련 전에 한 병원의 응급실에서 경험을 많이 쌓아가고 있었고, 내시경과 초음파, 그리고 미용 관련 진료에 대한 지식을 쌓고 싶어서 왔는데, 전혀 다른 산부인과라는 곳에서 인격 모독 수준의 말들을 들어야 하는 것이 영 맘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여담이지만 해당 입전의 선생님은 다른 병원의 교수로 몇 년 근무를 하다 영 실력이 좋지 않았는지, 이곳에서 교수가 아닌 입전의로 일하고 있었다는 소문이 있어서 그런지 나 역시도 고통받을 각오를 잔뜩 하고 파견을 시작했다.
게다가 산부인과와의 기억들은 대체로 좋지 않았다. 인턴 마지막 파견이 산부인과였는데, 국가고시 공부를 위해 윗년차 선생님들이 많이 떠난 뒤라 어딘가 분위기가 많이 어수선했다. 특히 고위험 산모들과 신생아들의 생사가 갈릴 수 있는 환경이라 그런지 다들 예민해 보였다. 그래서인지 괴로울 거라는 생각만 하고 파견을 시작했지만, 인턴 때와는 달리 과 분위기가 좋은 편이었다. 애초에 환자도 많지 않고, 상급 연차가 거의 없을뿐더러, 가정의학과라는 타과에서 파견온 전공의라 그런지 대체로 친절하게 대해주려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전 전공의 선생님과 다른 것이 있었다면, 나는 악명 높은 입전의 선생님과의 교류가 거의 없었다. 피드백이 된 것이었는지, 그냥 운이 좋았던 건지는 모르겠다.
한편으로 산과에 배정받은 것이 아니고 부인과로 배정받아서 분위기가 한결 나은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산과에서는 산모를 보게 되고, 순식간에 환자들이 안 좋아질 수 있지만, 부인과는 성인 질환에 해당하는 것들이 많아서 선택적 수술에 따른 치료로 응급 상황 발생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물론 부인과 암은 그만큼 중증도가 높겠지만, 중환이 없는 과가 어디에 있으랴.
뭐가 되었든, 학생 때부터 어려워했던 산부인과를 이번 기회에 배워볼까 하는데, 일차 진료의사로서 배워야 하는 만큼만 배워도 무사히 한 달을 보낸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