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파견
늦은 밤 환자의 혈압이 더 낮아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부인과 질환으로 입원 치료 중인 환자였고, 원래 혈압이 낮았다고 인계를 받은 사람이었다.
저혈량 쇼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먼저는 식염수 수액을 빠르게 주입해 봤지만, 큰 호전은 없었다. 이후로는 배운 데로 승압제를 사용해야 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는데, 환자가 중심정맥관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중심정맥관을 윗년차 선생님 지도하에 삽입해 본 적은 있었지만, 초음파도 없이 혼자 잡아야 되는 상황이었던지라 결코 엄두가 나지 않았다.
노르에피네프린을 말초정맥관으로 소량 투약해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해당 약제의 부작용으로 피부 괴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솔직히 그 위험을 부담하고 싶지 않았다. 환자는 특별한 증상은 없었지만, 찝찝한 마음을 가지고 투약을 진행하기로 했다.
너무 늦은 밤은 아니었는데 왜 교수님께 연락을 드려 확인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잦은 연락을 하지 말라고 배워서 그랬던 건지. 결국 교수님 연락 없이 승압제를 시작했고, 혈압이 정상 범위로 유지되어 무사히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 윗년차 선생님과 해당 사건에 대한 질문을 드렸다. 그 정도 혈압은 승압제 없이 관찰해 봐도 되었을 것이고, 소량으로 투약하는 것도 결코 두려워할 것 없다고 얘기해 주셨다. 중심정맥관 잡는 건 빨리 익숙해지면 좋을 거라는 조언까지도. 오랜 암투병을 한 환자들은 혈압이 저혈압 기준이지만 큰 증상 없이 지내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당황하면 뇌가 굳어 버리는 것 같다. 이미 배운 것들, 어떻게 대처하면 될지 다 알고 있는데 막상 상황이 닥치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산부인과 파견도 이제 거의 다 끝나가고 있고, 혼자서 발버둥 칠 필요는 당분간 없을 것이지만, 하루빨리 능숙한 의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