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 - 11.20

산부인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이렇게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것도 처음이었다. 혹시라도 환자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난생처음으로 중환자실에 입실한 환자를 직접 혼자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간단한 자궁근종 제거 수술만 하고 나오는 환자였지만, 체액 흡수 증후군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증상이 의심된다며 중환자실에서 지켜봐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세척을 위해 사용된 식염수가 몸에 빠르게 흡수되어 온몸이 부어 삽입했던 기관을 제거할 수 없게 되었다고. 게다가 내과계 중환자실은 자리가 부족하여 신경외과 중환자실로 입실해야 하는 상황이라, 내과적 도움을 원활하게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었다.


인공호흡기 조절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었는데, 마취과에서는 초기 세팅만 잡아주고 홀연히 떠났다. 중환자실 간호사 선생님께서는 마취약제 조절 용량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니, 인공호흡기 세팅 조절은 안 하실 거냐고 재차 물어보았는데, 외계어 마냥 이해되는 것이 전혀 없었다. 빠르게 내과와 마취과 친구들에게 기본적인 항목에 대한 교육이 가능한지 물어봤지만, 다들 다른 병원에서 일하는 친구들이라 어느 누구도 속 시원하게 알려주진 못했다. 게다가 환자가 깨는 것 같다며 약을 증량하면 좋겠다고 했지만, 무슨 약을 올려야 환자가 잠들지 파악하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환자가 서서히 깨어나서 그랬는지, 혈압이나 맥박도 심히 요동치기 시작했고, 그렇게 한숨도 못 자고 중환자실에 멍하니 앉아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길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다행히 중환자실에서만 오래 일했던 간호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조금이나마 약물 용량 조절을 진행하였고, 큰 문제없이 아침이 되어, 내과계 중환자실로 바로 이동할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호흡기내과 교수님께서 그 모든 것을 빠르게 정리해 주시면서 삽입했던 기관도 무사히 제거하고 일반 병실로 이동할 준비까지 다 진행시켜 주셨다.


밤새 그렇게 마음만 졸이면서 있어야 해던 상황이 솔직히 잘 이해되지는 않았다. 일이 꼬인 것은 맞았지만, 그래도 타과에서 파견을 온 전공의였는데, 전혀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책임을 이렇게 지게 된다는 것이 소름 돋고 공포스럽기도 했다. 내가 좀 소심하고 걱정이 많은 편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건 상식선에서 잘못된 일이 아니었는지. 게다가 담당 교수님은 연락조차 없으셨다. 나를 그만큼 믿으셨던 건지, 일이 이렇게 꼬였다는 것을 모르셨던 건지. 아마 마취과 측에서 세팅해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믿고 맡기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교수님께 전화를 드려 모르는 것을 여쭤봐도 된다는 생각이 다 지나고 나서 들었다.


의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대학병원이라는 거대한 규모의 병원이어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것들이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여지가 너무나도 많은 것 같다. 결국은 그날의 우연들로 인해 생사가 정해지는 것일지. 솔직히 병원에서 매일 같이 문제가 터지지 않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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