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 - 12.10

감염내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직전 파견 병원에서 어느 간호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이 선생님이 너무 보고 싶은 마음에 한주에도 두세 번씩 퇴근하고 한 시간을 넘게 운전하여 만나곤 했다. 아직까지도 내가 왜 그렇게 그분을 좋아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근 몇 달간 아마 제일 기분 좋은 몇 주를 지냈던 것 같았다. 마냥 다 좋았지만 결국 인연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내가 상대적으로 늦게 수련을 시작한 것 때문인지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인데, 해당 선생님과는 9살 차이가 났다. 처음 알아갈 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셨던 것 같은데, 관계가 조금씩 더 진지해지다 보니 그 나이 차이가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래도 관계를 이어갈 노력을 해보았지만, 결국은 연락을 그만하자는 통보를 받고, 내가 차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이 나이가 되어 슬픈 영화의 남주가 될 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나마 내 안에 아직 감정이란 것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 감사한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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