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파견
오랜만에 친할머니와 부모님 다 함께 나들이를 가게 되었다. 광교 카페거리였는지, 아기자기하고 예쁜 가게들이 이어져있는 곳이었다. 비록 쌀쌀했지만 화창한 날씨여서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 그 햇빛을 온전히 즐기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솔직히 어머니가 친할머니와 이 정도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나로서는 굉장히 신기하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시집살이로 고생을 많이 했다는 것을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친할아버지가 군인이셨던 때가 있어서, 잦은 이사를 하며 지내셨다고 했다. 게다가 아버지는 외동아들이셔서 아마 친할머니는 아버지에게 꽤나 강한 애착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반면에 어머니는 5남매 중 넷째였으며, 아들은 하나밖에 없어서 그 시절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아마 많은 챙김을 받으시진 않으셨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머니는 고생을 많이 하셨고, 그게 나에게도 고스란히 영향을 끼친 것만 같다. 과한 기대를 받는 기분이 들었고, 잘해야지만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온 시간들이 정말 많았다. 그런 면에서 정신과 진료 기록을 보면 정말 그 사람의 일대를 넘어 부모님의 이야기까지 고려되는 것을 보면, 수많은 것들에 인간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 어느 누구도 나를 쫓아오지 않고, 잘하라고 압박을 주는 사람도 없다. 나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도 없는데, 여전히 잘해야겠다는 부담을 혼자 느끼는 것이 영 이상하게만 느껴진다. 나 스스로부터 좀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