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 파견
주말 당직 한 시간 만에 활력징후가 흔들리는 환자 연락을 세명이나 받은 적이 있었다. 해당 환자들을 혼자 볼 수 없어서 함께 당직을 서던 3년 차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한 환자를 부탁드렸었다. 그렇게 두 명의 환자를 보고 있던 사이에 그중 한 환자에 대한 심정지 방송이 터져 나왔고, 심폐소생술을 진행하여 다행히 해당 환자의 맥박은 회복되었지만, 중환자실로 전실하기까지 수시간이 걸렸었다. 그러는 사이에 병동 연락은 계속해서 쌓여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 당시에 이건 아니다 싶어서 친구이자 전날 당직이었던 2년 차 선생님께 자초지종을 물으니, 본인이 아파서 당직 시간에 연락을 잘 못 받아 미안하다는 말만 해줬었다.
사실 의사도 사람인지라 당연히 아플 수 있겠지만, 해당 선생님은 전공의 수련을 받는 동안 좋지 않은 평판을 쌓아가고 있는 선생님이었다. 생각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결론적으로는 어떤 사건이 발생해도 본인의 잘못은 없었고, 다른 것이 원인이었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니었을까.
그래도 친구이기에 품고 가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해당 당직사건이 너무나도 크게 번지게 되었다. 중환자실로 옮겨간 환자가 결국 며칠 사이에 사망했고, 안 그래도 무섭기로 유명한 어느 3년 차 선생님이 해당 사건에 대한 사망자 학술대회를 진행하자고 하였고, 내가 해당 환자 발표를 맡게 되었다.
몇 시 몇 분에 어떤 연락을 받았는지, 전후 상황은 어땠는지, 중환자실 이후로 어떤 사유로 환자가 사망하게 되었는지. 간단한 보고를 진행하였고, 같이 당직을 선 3년 차 선생님이 의학적인 소견을 전달해 주었었다. 솔직히 해당 사건이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혈압이 낮게 유지되고 있었고, 수액 보충을 진행하였지만, 조금 더 나은 방법으로는 중심정맥관을 잡고 승압제를 사용하는 것이 더 적합했을 상황이었을 것이다. 교수님들은 사건의 중심이 된 친구에게 어떤 이유로 이러한 일이 생겼는지 물어보셨고, 결론적으로는 앞으로 잘하겠다는 말만 남긴 채 회의는 끝났었다.
해당 일은 12월에 있었던 일이었는데, 이제 와서 언급하는 이유는, 해당 2년 차 선생님이 당시에는 앞으로 더 열심히 환자를 보겠다는 말을 남겼었지만, 사실 본인이 무언가를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전혀 없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오늘 내과부 교수님들과의 회의에서 당직 시간에 가정의학과 전공의들이 받고 있는 환자 연락에 대한 통계 정리를 완벽하게 해서 그 부당함을 낯낯이 보고했기 때문이다.
본인이 아파서 환자 연락에 적극적은 대응을 하지 못했다기보다, 한 전공의가 당직 시간에 관리해야 하는 환자 수가 너무 많아서, 결코 혼자 해낼 수 없는 일이라고 선포했던 것이었다. 사실 이도 맞는 말이었던 것이, 거진 전병원의 내과 환자는 100명 가까이 되었다. 당직 시간에 모든 환자에 대한 연락을 받는 것은 아니고,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 대한 대처를 해야 하는 것이지만, 응급실을 통해 신환이 한 명이라도 올라오면, 가뜩이나 바쁜 당직 시간이 더욱 바빠지기 일쑤였다.
더해 파견을 돌지 않는 내과 분과의 환자들에 대한 연락도 받았었는데, 파견을 돌지 않아 어떤 대처를 해야 하는지 자세히 배우지도 못하는 것이라, 부당함을 더욱 강조했고, 더해 함께 당직을 서야 하는 교수님들은 연락조차 잘 되지 않은 것까지 꼽아서 회의가 끝난 뒤에 내과 교수님들이 단 한마디로 못했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
언젠간 한 3년 차 선생님이 해당 2년 차 선생님은 마치 핵폭탄 같은 존재라고 언급했었다. 매우 위험하지만, 잘만 활용하면 엄청난 무기가 될 거라고. 아마 이런 상황을 예측해서 해주신 말이 아니었을지.
결과적으로 내년부터 내과 당직이 대폭 편해질 것이라고 한다. 기존에 있는 것에 대한 부당함을 보고 이를 바꾸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본인이 힘들어서 시작한 일이긴 하지만 환자를 생각했을 때에는 맞는 결정인 것 같다. 비록 전공의들은 당직 시간에 배울 기회가 조금은 줄어드는 것이겠지만, 한 시간 정도밖에 못 자면서까지 일을 하는 것은 적합한 수련 환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