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 - 02.07

가정의학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안 그래도 보릿고개 기간이라 당직을 서는 인원이 부족했는데, 타과 파견일 때에 휴가를 가는 것을 지양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2월이지만 휴가를 받아 떠나게 되었다. 마침 진단검사의학과 전공의 친구도 같은 기간에 휴가를 받은지라 정말 즉흥적으로 강릉 여행을 가자고 했다.


강릉이 본가인 후배에게 강릉에 가장 좋은 호텔을 물어봤고, 해당 호텔에서의 숙박값이 잠시 해보았던 코인으로 번 돈과 공교롭게도 딱 맞아떨어졌다.


친구랑 맘 편히 겨울 강원도 길을 운전해 가면서, 강릉에서도 그 자리에서 검색한 식당, 눈앞에 보이는 전시 등 깨알 같이 시간을 채워나갔고, 강릉 바다가 끝없이 이어지는 광경을 보면서 호텔 옥상에서 수영까지 즐길 수 있었다. 늦은 저녁에는 시장에 나가서 국수도 먹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며 쉬기도 했다.


어딘가 많이 치었었는지, 여행하는 그 모든 시간이 마음의 많은 회복이 되었다. 전쟁 같았던 그 현장을 벗어나, 건강하고 즐거운 사람들 곁에 있으니 세상이 꼭 멸망으로 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한번 더 확인받은 기분이었다. 치열했던 병원 현장. 앞으로 2년이 더 남았지만, 갈수록 나아진다는 말을 믿고 싶다.


아버지는 40년 넘게 한 병원의 교수로서 일을 해오셨는데, 올해가 정년퇴임 기간이라 은퇴준비를 하고 계신다. 그렇게 일을 해오신 날들이 이제야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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