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 파견
춘천에서 공중보건의사 복무를 할 때 있었던 일이었다. 오후 시간에 자동차 정비를 맡겼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하여 영화라도 혼자 볼까 해서 상영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오후 시간 춘천 한가운데에서 나를 알만한 사람이 없을 텐데 누군가 나에게 인사를 건넸고, 몇 년을 보지 못했던 정신과 수련 중인 의대 동기였다. 3년 차일 때 춘천에 있는 한 정신과 병원으로 파견을 나가게 되는데, 마침 해당 시기였고, 쉬는 날에 공교롭게 그렇게 영화관에서 마주쳤던 것이었다.
그 친구가 인사를 건네는 그 찰나에 사촌동생이 자신의 회사 동기에게 소개해줄 사람이 없는지 물어봤던지라, 곧바로 그 친구에게 소개받을 생각 없냐고 물어봤는데, 처음에는 장난으로 여겨 그냥 웃어넘겼었다. 하지만 그날 하루 같이 잘 놀고 헤어지는 그 순간에 소개를 진짜로 받을 수 있는지 물어봤고 그렇게 몇 번의 만남이 몇 년의 연애가 되어 결혼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학생 때에는 겹치는 시간이 많이 없어서 적당히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면, 이 일이 있은 후에는 더 편하게 느껴져서 종종 정신과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할 때 미안할 정도로 거침없이 물어보곤 했다. 갑자기 이 친구 얘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최근에 마주하게 된 젊은 여자 환자 때문이다.
해당 환자는 젊은 나이임에도 알코올 중독이 심하게 있던 환자였다. 그 때문에 영양상태는 물론, 간 역시도 심하게 손상되어 간경화 수준으로 악화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본인 역시도 자신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술을 찾게 된다고. 몇 년간 마음고생이 이어지게 되었고, 그만큼 혼자 보내는 시간도 길어졌고, 그렇게 점차 마음이 병들어 가기 시작하여 결국 무언가에 의존을 하게 된 그런. 정신과를 찾아서 약물치료도 계속해서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서는 먹는 약만 많아지기 시작했고, 마음이 쉬 편해지는 기분이 잘 들지는 않았다고 했다.
친구가 해주었던 이야기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 한 사람이 마음의 병이 생기는 데에 이유가 하나도 없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수많은 시간 가운데 축적되어 온 심적 부담이 결국 현실화되는 것일 때도 있다고. 정신과 의사로서 오랜 상담과 지지로 환자를 이끌어 갈 수 있겠지만, 의사로서는 결국 약을 더 적절하게 사용하는 법이 강조되고, 그만큼 약제를 줄이는 것보다는 더해가는 것이 더 흔하다고. 아무리 의학이 많이 발전해도, 마음을 온전히 다스리는 것에 대해서는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이전에 비해 확실히 정신과 질환이 많아진 것 같다. 발병률이 증가한 것인지, 혹 이전에는 금기시 여겨지던 것이 이제는 수면 위로 올라와서 더 많아진 것으로 느껴지는 것인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