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 파견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격리실에 입원했던 한 환자가 격리 기간이 지나 일반 병실로 나오게 되었다.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증상들이라고 하기엔 검사 결과들이 점차 안 좋아지고 있었고, 이에 따라 세균 검사를 해도 특별한 세균이 검출되지 않고 있었다. 흉부 엑스선 검사에서 폐는 갈수록 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어, 결국 사전연명치료 계획서를 작성하였다. 연세를 고려했을 때, 상태가 더 악화되면 생명 유지 장치들을 통한 치료를 진행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사실 이런 결정들을 하고 있는 것조차 본과의 업무 범위를 벗어난 것인 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격리실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반 병실로 나온 환자는 바로 타과로 전과하기로 합의를 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교수님께서는 환자의 거취를 정하기 위해 의무기록을 하나씩 꼼꼼하게 열람하여 환자의 향후 치료 계획을 정해주셨다. 아무래도 전과를 할 때에 해당 환자의 의료 정보를 잘 전달하는 것이 필수이자 예의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덕분에 내가 주치의로서 놓친 부분들까지 교수님께서 하나씩 짚어주는 교육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해당 환자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이전부터 열이 났던 것과, 병원에 입원했음에도 쉽게 병의 원인을 찾지 못했던 것. 이에 따라 폐암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해당 환자는 진균 감염증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알려주셨다. 쉽게 말해 폐에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교수님은 의무 기록을 꼼꼼하게 읽어보셨고, 그에 걸맞은 치료 방향성을 잡아주면서, 조금이라도 더 일찍 시작했으면 좋았을 항진균 약제와, 이에 따른 진균 배양 검사들을 나가지 않은 것을 지적해 주셨다. 해당 환자분은 격리되기 전부터 예후가 좋지 않은 것에 환자 본인과 가족들 모두 임종의 때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어서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치료를 시작했다 한들 큰 호전을 보이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괜한 아쉬움은 잔잔하게 나를 괴롭혔다.
격리 중이라 폐 CT검사를 진행하는 것조차 오래 걸릴 일이라서 해당 시기에 아프기 시작한 것이 그저 운이 좋지 않다는 말 밖에 하지 못하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나은 판단들을 하지 못한 것이 죄송스럽기도 하다. 솔직히 학생 떼야 배워가는 시기로 실제 환자의 책임을 질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주치의로서 병원의 직원이 되어 환자를 책임져야 하니, 환자의 경과가 결국 나의 책임이 되고, 그에 따른 부담이나 괴로움이 가득하다.
해당 환자는 호흡기내과로 전과 예정 중인데, 아쉬운 마음에 당분간은 환자 기록을 통해 경과를 살펴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