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파견
솔직한 불평 하나를 꼭 남겨두고 싶다. 산부인과 당직을 설 때면, 꼭 새벽에 하혈을 해서 응급실로 왔다는 젊은 여성 환자가 종종 있다. 응급실로 내려가면 높은 확률로 환자 옆에 어딘가 당황해 보이는 젊은 남자고 꼭 같이 있다. 당연히 가족은 아니라, 환자 따로 문진을 하면, 새벽까지 남자친구와 관계를 갖던 중 통증과 함께 하혈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환자에게 초음파 검사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이어 당직 교수님께 초음파가 준비되었다고 말씀드리면, 교수님께서 대부분의 경우 난소 낭종 파열을 진단해 주신다. 입원 여부는 파열의 정도와 출혈량, 증상과 활력징후 등을 고려하여 정하게 된다.
이런 설명을 환자와 환자의 동의하에 보호자에게 같이 하게 되면, 많은 경우 남자들이 조심스레 관계 때문에 발생한 일인지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강력한 움직임과 충격에 따라 발생할 수 있지만, 해당 커플의 앞으로의 관계와 성생활을 위해 그 원인을 너무 강조하지 말라고 배우긴 했다. 꼭 성관계 때문에 파열된다고 할 수 없고, 게다가 낭종이 생긴 것 자체가 누구의 잘못은 아니기도 하니.
하지만 나는 새벽에 잠도 못 자고 일하는 판에, 즐겁게 놀다가 응급실로 온 것 같은 것이 괜히 아니꼽게 느껴진다. 솔직히 예전에는 괜히 짜증 나서 격한 행동에 따른 파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겠으나, 돌이켜보면 영 내가 속 좁은 옹졸한 사람 같다고만 느껴진다. 지식적인 여유와 충분한 수면 시간이 보장된다면, 결코 짜증이 나지 않겠지만, 아직까지 이 모든 것을 끌어안을 정도의 큰 그릇은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