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 - 12.27

감염내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새벽부터 심폐소생술을 위해 달려 나갔다. 자동흉부압박기 설치를 빠르게 진행하였고, 2분 간격으로 맥박이 촉지 되는지 만져보면서 환자 심장이 회복되었는지 경과를 살피고 있었다. 심폐소생술의 시간이 점차 길어지다 보니, 교수님께서는 보호자와 통화를 마치고 결국 심폐소생술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마지막으로 맥을 짚어보고 기계를 끄기로 하였고, 그때 내 두 손가락이 유일하게 환자의 맥을 짚고 있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씀드렸고, 그렇게 심폐소생술 기계를 중단했다. 내 두 손가락의 감촉만으로 환자는 법적으로 살아있는 상태에서 사망한 상태로 넘어갔다.


당연히 그렇게 단순하게 볼일이 아닌 것을 알지만, 내 행동의 책임, 그 결과물들이 점차 확연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실수를 하거나, 놓친 것이 있다거나, 내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그만큼 다른 누군가가 고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무게로 다가온다. 심각하고 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의사로서 산다는 것이 더욱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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