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내과 파견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당직으로 흘려보냈다. 송출되고 있는 각종 새해 행사들을 컴퓨터로 틀어놓긴 했지만 환자들을 보느라 새해가 왔다는 것을 크게 실감할 기회는 없었다. 특히 의식이 떨어진다는 환자가 있어서 시간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일하다 깜빡 졸았던 기억뿐이다.
그래도 뿌듯한 것이 있다면 힘들었던 내과 파견을 또다시 한차례 마무리 지었다는 것이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위중한 환자 보느라 스트레스받고, 그래서 괜히 더 먹고 소화만 잘 안 되는 삶의 반복. 그래서인지 예민해지고, 짜증만 많아지고, 욕을 달고 살며 불평불만만 마음속에 가득 담고 지냈는데, 사실 그 모든 것은 핑계가 아닐까 결론지었다.
이렇게까지 극한으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 병원의 시스템과 정부의 정책들, 도태되어 있는 의료 보험 체계가 가장 먼저 되는 원인이겠지만, 그래도 처한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결국 그 사람의 인성이라는 것을 아버지로부터 들었다. 같은 상황이어도 누구는 웃으며 일하고, 누구는 욕하기 바쁘니까.
모르기 때문에, 두렵기 때문에 예민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점차 질환들에 익숙해지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고, 그나마 한 번이라도 더 웃으면서 일하게 되는 것 같다. 솔직히 짜증을 내어 좋을 게 하나도 없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름 새해다 보니 목표를 하나 세웠다. 올해는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고. 좋은 의사뿐만 아니라 어제보다 더 나은 의사. 실력도 당연히 있어야겠지만, 환자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여유까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일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돕는 동네 주민 같은 마음으로.
이 수련 과정이 즐거운 시간들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나중에 좋았었지 하는 것이 아니고, 지금 이 순간도 좋다는 마음이 가득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