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 파견
아무래도 타과로 파견을 간 것이 아니고 가정의학과 본진에 와 있는 것이기에 눈치가 많이 보인다. 다른 과에서 대충 했다는 것은 아니어도, 조금은 더 오래 볼 사람들이기에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더 느끼는 것 같다. 그래도 집이랑 가까워서 걸어 다니는 것만 해도 너무 좋은데, 아마 선선해지는 가을 날씨까지 겹쳐서 괜히 기분이 좋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지 몰랐던 반가운 얼굴들도 볼 수 있었고, 병원에서 파는 브리또가 워낙 맛있어서 매일 먹어야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소소한 즐거움 가운데서 불편함 역시도 존재했는데, 아마 가장 큰 괴로움은 원내 정치를 꽤나 가까이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전 왕실 시대의 정권을 위한 그런 정치싸움 같은 건 전혀 아니었지만, 각 과별로 병원에 들이는 수익에 따른 입김, 교수 자리를 위한 머리굴림 같은 게 조금 더 실감이 났다는 정도. 그것 말고도 1차 의료를 담당해야 하는 가정의학과가 3차 병원에 있다 보니 어딘가 진단하기엔 애매한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꽤나 많이 온다는 것과, 다른 과 교수님들의 요청에 따른 환자를 많이 본다는 것이었다.
선배들이랑은 가정의학과가 아니고 지인의학과라는 농담을 종종 했는데, 때로는 정말 어이없는 수준의 환자 의뢰를 받을 때도 있어서 자괴감이 드는 경우도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어딜 가나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오늘도 강하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