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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요원 Apr 15. 2017

피곤함에 대한 안도감

알람을 여러번 꺼버리고 문득 '지금이 몇시지' 하는 마음에 쳐다본 핸드폰은 '너 지각이야' 라고 말하는 듯 하다. 십분이라도 더 누워있어보겠다고 버티다보면 화장은 흔들리는 버스에서 2분짜리 신호를 기다려야한다.

바쁠때는 어떤 상태인지 내가 지금 얼마나 피곤한지 잘 모르다가도 조금만 여유로워지면 비로소 몸상태을 점검하게 된다. '오늘 왜이렇게 피곤하지? 오늘 컨디션 별로네.'이런 말들을 속으로 하다가도 내가 피곤하고 휴식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 순간 심리적으로 안도하게 된다.

설진이라고 혀의 색과 형태로 현재 건강상태를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내일은 주말이니까 늦게까지 공부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새벽을 보내다 이가 난 모양으로 혀가 울퉁불퉁해진걸 보고 정말로 몸이 지쳤다는 걸 알아버린 순간 모순적이게도 바쁘게 살았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이 생겨버린다. '그래도 요즘 성실하게 살았네.' 성실이라는 단어가 나의 건강악화와 맞물리게 되다니 어이가 없으면서도 수긍하게 되는 씁쓸함이 묻어 있다.

몸이 힘들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아도 성실한 하루를 보냈다고 말하고 싶은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오늘은 글 하나 썼네.' 라는 피곤함에 대한 안도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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